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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려국 낙서견문록

소설 장편

김종광 2024-09-08

ISBN 979-11-93452-66-0(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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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때 『율려낙원국』이란 두 권짜리 역사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그 유명한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모티브로, 허생이 도적떼들을 모으고 율려섬에 가서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이러저러해서 『율려낙원국』의 후속편을 쓰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갖고 살다가 그 ‘율려낙원국’의 현재를 담은 메타판타지풍자소설 연작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것이 연작장편소설 『율려국 낙서견문록』이다.

그 첫 편을 「문학과 사회」에 발표했을 때, 필자는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한바탕 쏟아내서 즐거웠지만, 살짝 두려운 게 사실이었다. 한국 소설가가 낙서와 매춘의 나라 율려국에 취재차 다녀온다는 이야기인데 황당한 발상도 문제지만 제 발 저린 문장들이 많았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여러 사람에게 욕을 먹지 않을까? 특히 비평가분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그 첫 소설이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율려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끌어들인 해학적인 상황 설정, 우리 문학계와 출판계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시를 던져준다’는 게 우수상으로 선정된 이유였다. 이런 비판적 어조의 소설을 받아들이는 품성이 아직 우리 문학판에 남아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연작을 계속 진행하게 되고 그것을 스토리코스모스에 웹북으로 분재하고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창작 동기를 떠나 독자님들께서 가볍고 즐겁게 이 연작소설들을 읽어 주시기 바란다.

반어, 풍자, 입담을 합한 말이 해학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해학으로 우리 문학의 다양한 문제를 끌어내보고 싶었다. 문학 독자는 지구 지킴이이며 인류 수호자다. 독자님들이 문학의 훌륭한 전파자로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소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한국인은 율려인들의 낙서에 대한 과도한 애정을 당최 해득하지 못한다. 낙서가 축구보다 더 위대한 것이란 말인가? 축구를 지지리도 못하는 나라가─율려국의 피파 랭킹은 209위로서 꼴찌를 간발의 차이로 면했다─축구 선수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나 끼적거리는 낙서 따위에 왜 저다지도 열광한단 말인가. 미친놈들 아닌가?

의심이 강하거나 탐구욕이 깊은 한국인이라면 약간의 공부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정말이지 약간의 공부다. 인터넷에 접속해 율려국에 대한 정보를 좀 자세히 읽으면, 그러니까 그 나라의 매춘 시스템에 대해서만 읽지 말고 문화에 대해서도 읽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한국인은 공부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성인이 되면 공부를, 진지하고 무거운 얘기를 하는 것만큼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물이든 관념이든 오해는 첫 만남에서 기인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벼락부자들은 거의 율려국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그들은 맨날 낙서에 죽고 사는 매춘부들과 놀아나면서도 그 낙서가 그 낙서인 줄 안다. 문학적 소양이 뒤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문학적으로 고양된 말이 그냥 소리로 들릴 뿐인 것이다.

하지만 율려국 낙서에 대한 곡해는 율려국에 살다시피 하는 한국인 돈부자들 때문이 아니라 딱 한 번 혹은 두어 번 율려국을 방문한 한국인 좀생이들(부자가 아니라는 뜻이다)로부터 기인한다. 부자들은 고국에 와서 못 사는 사람들(율려국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이 무거운 사람일지라도 율려국 방문 경험을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래서 그 좀생이들은 아주 여러 사람에게 율려국의 놀라운 매춘 시스템과 그 시스템 속에서 노닌 하룻밤 혹은 이틀 밤을 자랑하게 되는데, 이때 ‘그 나라 사람들이 낙서를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걸 들은 한국인들은 율려국의 매춘 시스템을 꼭 한 번 경험하리라는 염원이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왜 그 나라 사람들은 낙서 따위를 좋아할까, 참 괴상한 놈들이네, 국민성이 낙서 나부랭이 같을 거야, 하는 식의 옥생각을 장착하게 되는 것이다. 낙서를 거의 목숨처럼 여기는 율려인들이 알면 기절초풍할 일일 테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2019), 류주현문학상(2019) 제비꽃서민소설상(2008), 신동엽문학상(2001)을 받았다. 

 

kckp4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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