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새로운 생태우주’를 표방하며 2022년 1월 1일 공식 오픈한 스토리코스모스가 어느덧 3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처음 문을 열 때의 긴장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독자와의 소통 채널이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져가는 현재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여겨집니다. 종이책 위주로 소통되어온 소설, 시, 에세이를 웹북 형태로 읽는 일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으나, 단 2년 만에 그런 우려는 기우로 바뀌고 늘어나는 독자와 웹북 판매량에 고무되어 현재까지 진행해 온 좋은 작품 발굴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21세기는 문학작품이 대홍수를 이루는 시대입니다. 인터넷 도처에 자기 작품을 무제한적으로 올리고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희소가치보다 대홍수처럼 범람하는 물량으로 인해 독서 인구가 오히려 줄어드는 역현상을 접하게도 됩니다. 너도나도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 너도나도 문학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맹점이 문학성과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접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학작품은 인간과 인생의 문제를 다루고, 그것을 다루는 문학인은 그것을 전체적으로 연출하는 창조자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 문제를 문학인이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다루는가 하는 걸 계량하기 위해 우리는 ‘문학성’이나 ‘작품성’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세상 도처에 문학작품이 널려 있고 세상 도처에 문학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본질을 아는 사람들은 이 문제가 얼마나 깊은 우주적 심도를 지닌 말인지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문학의 본질이 인간과 인생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길찾기라는 관점에서 작품성과 문학성을 판단하는 일은 문학의 생명력을 관리하는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스토리코스모스에 발표되는 작품들은 문학성과 작품성에 바탕을 두고 에디터가 섬세한 검토 과정을 거쳐 한 편 한 편 발굴한 작품들입니다. 문학작품이 대홍수를 이루고 그것으로 인해 작품의 질적 저하를 감수하는 걸 당연시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작품성과 문학성을 존중하는 일을 스토리코스모스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의의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물량 위주의 판매보다 문학의 생명력을 오래오래 보존할 수 있는 작품들을 발굴해 대홍수 시대를 견디는 방주에 담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스토리코스모스는 문학의 영토를 무한대로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21세기를 견인할 가능성을 지닌 신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등단하고 좋은 작품을 쓰면서도 발표 지면을 얻지 못하는 문인들을 위해 24시간 문호를 개방하고 좋은 작품 발굴 작업을 지속할 것입니다. 문학성과 작품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초심을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과 사랑 덕분입니다. 아울러 창작영토 확장과 권익 제고를 위해 기꺼이 동참하고 협력하는 문인들이 있기에 방주의 기능과 목적은 21세기라는 물량 대홍수 시대를 굳건히 버텨나갈 것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박상우 (소설가 · 스토리코스모스 대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