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서가

+

신작소설

+

수상작

  • 단편 당선작
    아스파라거스 숲 : 2023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아스파라거스 숲 : 2023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강지선
  • 단편 수상작
    그네 : 2023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그네 : 2023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김근하
  • 단편 당선작
    테이블 : 2023-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테이블 : 2023-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김나은
  • 단편 당선작
    나를 42번 접는 날이면 : 2023-2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나를 42번 접는 날이면 : 2023-2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김진혜
  • 단편 당선작
    데스밸리 판타지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데스밸리 판타지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이시경
  • 단편 당선작
    현관이 사라진 방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현관이 사라진 방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방성식
  • 단편 당선작
    이석 사유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위시리스트 담기 자세히보기
    이석 사유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이상민

+

열편시집

+

에세이

+

리뷰

'거기'에 대하여 이 소설은 여성의 '거기'에 대하여 쓴 것이다. 방바닥에 거울을 놓고 흰 머리를 뽑다 문득, 정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거울을 내려놓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팬티를 벗었다. (본문 일부) '거기'를 말하기 위해 소설의 도입부에 조지아 오키프의 검은 붓꽃 그림을 불러온다. ​꽃잎의 속살은 은밀하게 감추어진 여자의 성기와 닮았다. 검은 붓꽃은 얼마 전에 본 나의 '거기'와 닮았다. 마음먹고 들여다본 나의 그곳은 신비롭기는커녕 생명력을 상실한 채 황량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그곳, 성기, 음부, 버자이너. 버자이너의 원래 뜻은 칼을 넣어두던 칼집이라 했던가? 씁쓸한 기운이 입안에 감돌며 통조림 속의 과일처럼 밀폐된 내 처녀성을 생각한다. (본문 일부) 이와같은 연결고리로 미루어 <검은 붓꽃>의 소설적 도전은 파격적이다.그것을 다루는 작가적 태도도 어물쩍거리거나 내숭를 떨지 않고 직설적이다.<버자이너 모놀로그> 같은 책도 낡은 느낌을 주는 세상이라고 치면소설에서 이 정도 용기를 내는 건 조금도 어색하거나 이상한 일일 수 없다.커다란 중심사건 없이 엄마, 친구를 걸어 '거기'의 문제를 심화하고자기 성찰적 결말에 도달하는 것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후감을 쉽게 정리하여 말하기 어려운 소설이지만이것을 쓴 작가에게 격려와 힘을 주고싶은 소설이었다는 후감을 남긴다.    책물고기
비틀린 시공간 속으로, ft. 귀신(오니) "죽은 자의 기억을 통해 산 자들이 서로를 연결하는 게 바로 전통이라는 겁니다. 내 안에는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조상이 함께 있는 걸 깨닫는 거라고요. 당신이 이걸 압니까?" (-최이아 '당신도 조심하시오' 중 발췌) 최이아 작가의 '당신도 조심하시오'를 읽었다. 이 소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29년을 배경으로 시체 수의 도난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추리식으로 전개되는 플롯이 상당히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이 소설의 주제는 한 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다. 아마 작가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꺾기, 찍기, 돌려차기, 엎어치기 등 자신이 가능한 모든 신공을 다 동원한 듯 하다. 그 때문인지 주제가 보다 입체적으로 와 닿았고,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의 본연을 그대로 투영해주는 듯 했다. 이 지점에서 작가적 치열함이 느껴졌다. 시대를 바라보는 직관과 통찰력이 결단력 있게 와 닿았고, 문학적 보편성을 성취한 듯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찬조 출연도 있다. 소설 속에는 아주 특이한 귀신이 출몰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 구현된 귀신의 존재가 너무 생생해 마치 실제처럼 여겨진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동원된 컨텐츠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뿌리내린, 어쩌면 현실에 잔존할지도 모를 그런 귀신이다. '당신도 조심하시오'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도 그 때문일까. 그만큼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세상의 것인 듯, 아닌 듯, 매우 오묘하다. 소설가는 태생적으로 역마살을 타고난 걸까. 현실에서의 여행이 순차적인 시공간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소설에서의 여행은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비틀린 시간과 파편화된 공간이 작가의 언어적 시각에 의해 한정된 지면 위에서 새롭게 짜여진다. 말하자면 작가는 독자를 내면화된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안내자)'인 셈이다. 최이아 작가의 등단작인 '제니의 역'(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근미래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스토리코스모스에 올라온 두 번째 작품 '랩에서 생긴 일'은 현재를 다룬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인 '당신도 조심하시오'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흥미로운 점은, 제니의 역이 SF장르라면, 랩에서 생긴 일은 SF와 판타지가 조합된 장르처럼 여겨지는데, 이번 작품은 어떤 장르인지 한정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야기성 하나는 소름돋을 정도로 재미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시공간과 장르에 대한 통념이 일면 허물어진 느낌이랄까. 미래를 경유해, 현재를 관통해, 과거를 거슬러, 이후 이 작가에 의해 구축된 '현재성' 속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최이아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솔트
나와 사이보그는 무엇이 다른가?   SF 단편을 오랜만에 읽었다. 아니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온갖 자극적인 영상들에 시선을 빼앗겨 글을 접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책이 귀하던 시절, 헌 책방에서 구한 SF 단편선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태양을 삼키는 불가사리, 자신이 로봇임을 깨닫는 순간 폭발해버리는 사기꾼 로봇... 생각의 관성을 벗어나는 전개에 얼마나 빠져들었던지...   <테이블>을 읽으며 내 생각의 틀이 견고함을 다시 깨닫는다. 커플은 남자와 여자일 거라 짐작하고, 이름으로 성별을 추측하고.... 색안경 같은 이 생각의 틀에 묶이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지만 소용없다. 이를 깨닫게 해주는 이 글이 참 좋다.   완벽한 의체가 가능한 미래에도 차별과 폭력은 여전할까? 트라우마로 인한 공황은 의체화된 사람에게도 여전할까? 유연은 사이보그 수술 후에도 공황을 겪었으나 점점 회복의 길로 나아갔다. 자율 신경을 통제할 수 있는 몸이 도움이 된 것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몸이 기억하는 마음의 고통일 터이니. 그러나 혹시 유연은 여전히 트라우마의 시냅스를 저장 장치의 형태로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의 회복은 좋은 타이밍에 활동하며 몸을 움직이며 얻은 성취와 희망의 결과물이 아닐까? 수술 없이 회복을 시도할 수는 없던 걸까? 아쉽다.   정미의 섬세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도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감각, 감정, 충동, 판단, 기억. 사람의 정신 활동이라는 것도 두뇌에서 일어나는 뉴런과 시냅스의 신호 주고받기라면, 이를 코드화할 수 있는 시절이 온다면 그 본질을 다르다 할 수 있을까? 양자의 단위로 넘어가면 사람이나 사이보그나 구성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닌가... 정미가 느끼는 상실과 그리움은 부드러운 몸인가? 사이보그의 몸이 사람의 피부만큼 비슷해지면 그 상실감이 채워지는 건가?   작가가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가 궁금하다. 듀나처럼 한 우물을 팔 것인가? 그러기엔 너무 젊은 나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블랙아웃
이곳에서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아.  모든 산업은 어느 정도의 착취가 내재되어 있다. 사람을, 동물을, 하다못해 지구의 미래라도 착취한다. 최저가로 산 물건은 누군가의 임금이 깎여 나간 대가, 신속배달된 음식은 정지 신호를 어기며 빗길을 목숨 걸고 달려온 결과, 치킨이 맛있을수록 어린 닭은 밀집도 높은 닭장 속에서 짧은 삶을 마감하고, 내가 시원하고 깨끗할수록 지구는 더워지고 더러워진다.   그래서, 채식을 하고, 거기까지 못 가더라도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소 저감 인증 제품을 찾거나, 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붙은 상품을 선택한다. 값을 치르고 소비라는 걸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니까, 대부분 감자라도 심어먹으며 자급자족할 땅뙈기는 한 뼘도 없으니까. 그나마 누군가 덜 고통 받는 선택을 하면 세상이 나아지리라,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짓는 죄는 덜어지리라 기대하면서.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친환경 AV, 성착취 없는 성인물이라는 게 존재할까? 현재형이 아니라면 미래형이라도 가능할까? 포르노 폐지론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성인물 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런 입장의 사람들이라도 이 소설까지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덜트 비디오를 찍으며 조금씩 갈려 나간다. 그 장면들이 자극적이거나 유혈낭자하진 않지만(정액은 낭자하다), 피사체로 렌즈와 화면에 옮겨지면서 대상화되고 소모되는 사람들이 조용히 어딘가 망가져 가는 것을 구구절절 읊어대지 않아도 충분히 인지하고 감각할 수 있다.   일본인 이름과 어덜트 비디오가 들어가는 제목 덕에 갖기 쉬운 선입견과 다르게 매우 담담하고 잔잔하게 쓰인 소설이었다. 담담하고 잔잔하다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인물들의 삶이 향하는 궤적은 잔인한 형태이지만, 담백한 서술로도 그런 상태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감정 없이,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하고 신경쓰는 상대만으로도 ‘어딘가 엄청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며 버텨내는 유우코도, 코가 사라진 채 사라지는 유우코도 이 소설 안에만 남았으면 싶은 바람은, 바람일 뿐인지.  
한국적 토양에 뿌리 내린 우리 판타지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시경 작가의 소설 <나는 그것의 꼬리를 보았다>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아 리뷰를 쓴다.대개의 SF나 판타지가 외래적 문물의 영향권에서 생성된 작품들이라그 내용이나 배경, 디테일 등등이 한국적 토양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등장인물과 배경만 한국이지 상상력과 기법 등은 완전히 외래종이라고 봐도 이상할 게 없다.<나는 그것의 꼬리를 보았다>를 쓴 작가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강렬하게 의식하고집요하게 그 문제의 꼬리를 잡고 늘어져 결말에 이르기까지 시종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 스타일을 AI 창작문학의 전성시대, 챗봇협업작가 시대를 배경으로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펼쳐나가는 것이다.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호랑이를 등장시키고그것을 챗봇으로 돌리게 하고, 거기서 생성된 호랑이가 실제로 등장하고그 내부에서 우리 민족의 아픈 한의 정서까지 이끌어내 진정한 스토리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호랑이를 소설 속의 주인공인 작가가 자신의 진정한 사명으로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챗GPT로 혼돈스러운 시대, 이렇게 우리 뿌리를 지난 판타지를 만나서 정말 기쁘다.외래종이 아니라 우리 전통적인 것만으로도 이렇게 풍요로운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정말 시원하다!    상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