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향년 56세로 유명을 달리한 이상운 작가의 소중한 작품들을 스토리코스모스에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게재를 허락해 주신 유가족과 하늘연못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가거라 작은 책아, 작은 나의 비극아,
신께서, 너를 만든 이 몸이 죽기 전에,
코미디도 지어낼 힘을 주시기를!
-어느 영국인
우린 말이야, 목하 우리를 관리하는 선생님을 미친개라고 불러. 한데 그 미친개가 사람인 우리들에게 곧잘 미래를 말하는 거야. 미친개의 주장에 의하면 고교시절은 하나의 통과제의인 바, 우리는 고교생인고로 당연히 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라는 거지. 그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행로라나.
미친개는 큰소리로
「누가 상처를 더 입고 덜 입느냐, 터널을 벗어났을 때 어떤 밥상을 받게 되느냐, 라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알겠나?」
라고 말해.
미친개에게 미래는 하나의 밥상에 지나지 않는 거야.
슬퍼 마라, 동지들!
동지들에게처럼 내게도 미친개가 있어. 나의 자기 눈빛을 반쯤 가려 주는 잿빛 안경을 쓰고 있지.
시를 쓰는 나의 친구는 미친개가 부인과 씹을 할 때조차도 그것을 벗지 않으리라고 내게 말했어.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 반대였지. 키스를 하거나 다른 이상한 데를 빨려면 안경이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 이거지. 내 친구는 그놈의 안경이 욕구를 더욱 활활 불태워 줄 거라고 말했지만.
1959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장편소설 『픽션 클럽』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고, 2006년 장편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로 제1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고, 2015년 다큐 에세이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로 제5회 전숙희 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장편소설 『픽션클럽』 『그 기러기의 경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탱고』 『내 머릿속의 개들』 『신촌의 개들』, 청소년소설 『내 마음의 태풍』 『중학생 여러분』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소방관의 아들』, 미니픽션 『책도둑』, 『달마의 앞치마』 『제발 좀 조용히 해줘』 등을 출간했다.
2015년 11월 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향년 56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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