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속에는 바다로, 바다로 향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간월도의 바람을 맞고 온 나는 이제 좀 편안해졌다. 기다려야하는 일, 끊임없이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고,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혹 울화가 치밀면? 다시 떠나면 될 일이다. 내가 갈 수 있는 바다는 아직 무한이니.
사실 작가란 자존심을 먹고 사는 족속이다. 책이 팔리지 않아도, 다른 이들이 뭐라 하더라도, 평론가들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 글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다른 누구도 나처럼 쓰지는 못한다, 하는 믿음 하나로 사는 이들이다. 그 믿음으로 스스로 최면을 걸고 그 힘으로 자괴감을 이겨나가는 이들이다. 그 믿음이 모든 정력과 시간을 아낌없이 글쓰기에 투자하도록 만들고 무시로 자신의 글에 대해 이는 의구심, 명치끝이 타는 듯, 뒤통수가 당기는 듯한 의구심을 잠재우게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자면 그 자존심은 정직한 것인가. 혹 그것은 거절 당해보지 않은, 거부의 경험을 갖지 못한, 거부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자만심의 다른 이름은 아닌 것일까. 작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작가들은 점차 신경증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판계에도 가요계의 SM이나 YG와 같은 관리회사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적지 않은 작가들이, 스스로 일정 수준에 올랐다 자부하는 작가들이 퇴자를 맞고 원고를 돌려받는 수모를 겪는다면 또 어떨까. 작가들은 절치부심, 이를 갈며 밤을 새겠지만 또 다른 문제, 예컨대 지나친 대중영합주의가 횡행할 염려가 있으니 말이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 『책 읽어주는 남자』 『라벤더 향기』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비밀』 『요트』 『착한 가족』이, 장편소설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나』가 있다. <한무숙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1년 현재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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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모든 원고를 읽는다 퇴자 맞은 원고 베스트셀러 작가 바다를 생각함 ‘넘’과 ‘분’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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