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 아픔이 너 혼자의 것이 아니란 걸 부디 알았으면 싶어. 기타를 치면서, 책을 읽으면서 그토록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너를 가슴으로 응원하는 이가 있음을, 이 새벽 누군가 너를 생각하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걸, 건강해질 너를 위해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너는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오늘 학교에서는 개웃기는 교수님, 이라는 낯선 말을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여학생이 그 교수님 개웃기셔, 하자 주변의 친구들이 열렬히 동의하는 거였다. 나는 물끄러미 그 여학생을 바라보았는데 뭐지, 저 눈빛은? 하는 표정의 학생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얘야, 님, 자를 붙이지 말든지, 개, 자를 빼든지 그 조합은 좀 아니지 않니? 다음 층에서 학생들 무리가 내리는 바람에 이번에도 나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들먹이거나 언어와 사고에 대한 복잡한 이론을 펼칠 생각은 없다. 늘어난 종편들에 범람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차마 듣기 민망한 표현, 국적불명의 유치하고 어설픈 단어들로 도배된 자막을 거론할 작정도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말이, 이런 단어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일일이 따져 보라는 건 더욱이 아니다. 다만 이따금 거울을 보며 말해볼 것을 권할까 한다. 적절하고 정확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단어를 말할 때와 뒤틀리고 험하고, 해서 불쾌한 표현을 발성할 때의 얼굴을 비교해 보라고.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 『책 읽어주는 남자』 『라벤더 향기』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비밀』 『요트』 『착한 가족』이, 장편소설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나』가 있다. <한무숙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1년 현재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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