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삶이 권태롭고 지루하다면,
불안하고 정처 없어서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내 글을 읽어 달라.
한낮의 피곤, 늦은 밤의 초라함, 가난, 복수를 잊지 않았다면,
세상에 떵떵거리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다면,
타인의 죽음을 잊을 수 없다면,
늦은 밤, 내 글을 읽어 달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숙고하고 뭔가를 갈망하고 있다.
소설을 생각하지 않은 밤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연애 예찬론자였다.
언니, 난 남자 없으면 안 돼요. 머리 벗겨져도 되고 못생겨도 돼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만나던 남자 정리하고 당장 다른 남자 만날 거예요.
그래,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나는 대꾸했다.
하지만 난 성질이 더럽거든요. 관대함이 없어. 인간에 대한 관대함이. 자꾸만 짜증이 나고 시비를 걸고 싶거든요. 남자와 같이 있다가도 자꾸만 상대를 때리게 되거든요.
그 와중에 나는 내 곁으로 온 비둘기를 발로 쫓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밥알도 비둘기에게 주기 싫었다. 관대함이 부족한 건 내가 아닌가? 저리 꺼지지 못해? 하마터면 빠예야를 먹다가 비둘기를 향해 소리칠 뻔했다. 하지만 참은 건 잘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식사 도중에 교양을 차렸으니까.
그 누구도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동양인 여자 두 명은 이곳에서 주목을 받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빠 보였고 그 와중에 날은 빠르게 어두워져갔다. 이렇게 밤이 또 찾아올 수 있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도 삶이 지리멸렬하다니. 인생을 향해 복수할 가치도 없어 보였다. 무슨 명목으로 복수를 하나?
근데 언니, 여기 대체 왜 온 거예요? 목적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녀가 물었다.
딱히 목적이 있겠나.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문학사상』 신인에 「뱀」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뱀』과 장편소설 『밤의 고아』 『재령』이 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