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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 포도 밑에는 여우가 있다 1 : 소설가 김공근 씨의 경우

소설 단편

최수철 2022-02-24

ISBN 979-11-9221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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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써온 짧은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돌이켜 보니, 짧은 이야기를 쓸 때면 늘 마음이 홀가분하고 은근한 기쁨 같은 게 느껴지곤 했다. 누군가와 잠시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일 터이다. 더욱이 짧은 이야기는 짧은 마디와 같은 것이어서, 다른 것들과 서로 잘 연결되어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힘을 가지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내 삶의 중요한 고비에 맺어진 여러 인연의 소산이었다. 이제 그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독자들과 새로운 인연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 말을 듣고서 그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아무리 예전에 서로 알고 지냈고 또 한때 서로 스스럼없이 반말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 인터뷰를 하는 작가와 기자의 자격으로 만난 자리에서 그녀가 그렇듯 불쑥 반말을 던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더니, 갑자기 가면을 벗어버린 듯 표정이나 태도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나오는 마당에, 그로서도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더듬거리는 어투로 그냥, 그저, 그렇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물론 너도 결혼은 했겠지라고 물었다.

“그럼, 나도 너처럼 딸이 하나 있어.”

그녀의 짧은 대답에 공근 씨는 그녀가 이미 그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거북하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에, 그가 객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인터뷰는 안할 거야? 회사에 들어갈 때 뭐 챙긴 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자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픽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건성으로 지갑에서 수첩을 꺼내들어 펼치며 그에게 물었다.

“뭐 특별한 건 없고…… 정 맹숭맹숭하다면 한 가지만 물을게. 평론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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