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시를 외면했다
그러나
시는 삶을 끈질기게 견인했다
외면과 견인 사이 그리고
생의 변곡점에 마침표를 하나 찍었다
돌이켜보니
삶 속에 시가 있었고
시 속에 삶이 있다
나는 나와 불화했다
첼로 연주를 보고 나와 설렁탕을 먹는다
국수발에 엉긴 밥알들이 출렁이는 악보 같다
콘서트홀 가득 사계가 흐르는 동안
허기는 위장을 연주하며 불협화음을 냈다
오선지 밖의 음을 연주해야 하는 날들은 길었다
경매날짜를 받아놓고
성애소설을 읽었지만
읽어야 했지만
준비서면을 쓰면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었다
첼로와 설렁탕의 거리
좀처럼 조율되지 않는 이 거리에서
부르다 만 노래를
나는 마저 부를 수 있을까
오늘도 비루한 악기는
소음을 내며
제멋대로 악보를 편곡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가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 대학원 졸업
2008년 『시작』 신인상으로 등단
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요르단 대학교, 태국 매조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
fireflybugs@naver.com
우산을 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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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