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도착倒錯한다
밥집과 꽃집과 사람의 난간 안팎에 손을 대고
선택하고 생략하고 확대하고 변형해 보았다
써도 써도 하염없음과 허망함의 동선
나는 내게 到着하지 않는다
원고료로 대신 호미가 왔다
상추랑 깻잎이랑 심어 먹고 건강을 경작하라는 뜻일까
척박한 내 정신의 고랑을 갈아엎으라는 경고일까
요즘 <아마존>에서도 대박 난 이것이
어느쪽으로 살펴봐도 뾰족하게 나를 겨냥하고 있는데
기왕 호미를 보낼 거면 땅도 좀 딸려 보낼 것이지
이참에 정원 딸린 남향집으로 이사라도 갈까
내겐 손수건만 한 텃밭도 없으니
거실 풍경화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호미를 걸어 둘까
그러면 우리 집이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바뀔 건가
거실이 밭을 매고 벌과 나비를 파종할 텐가
생활과 예술의 간극 사이 호미는 글밭부터 일구는데
필통 옆에 호미를 나란히 두니
펜은 어쩐지 낡은 필기구 같고
호미는 새 필기구 같다
써도 써도 레디메이드 같은 내 인생
1998년《예술세계》등단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시집:『왼손의 쓸모』,『수작』,『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편저:『홍난파 수필선집』
load-1115@hanmail.net
환생 입술 11월 내 청춘의 비굴도(卑屈圖) 얼굴을 쉬다 나의 처세술 겨를 필경 권태 의자에 나를 심어놓고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