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물었다, 어떤 때 시를 쓰냐고.
나는 슬플 때 시를 쓴다고 답했다.
기쁨은 함께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만, 슬픔을 가라앉히는 데는 곁이 필요하다.
여전히 나는 서정시의 역할이 삶의 고통과 쓸쓸함을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시가 누군가와 함께 울어 주는 일이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시를 읽고 또한 같이 울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시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내 시를 읽고 울었다는 말이다. 울음이 만들어내는 질긴 연대의 힘을 나는 믿는다.
씨팔
욕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개운해졌다
문득 가슴 속에서
툭. 하고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비로소 나는
나를 붙들고 있던
오래된 둥지의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
조롱(鳥籠)이 되어 버린 둥지가
저만치 나뒹굴었다
욕 한마디 때문에
한 양동이 욕을 뒤집어쓸지도 모르지만
그까짓 거
창살에 뜯겨진 나의 깃털 끝에는
아직 식지 않은 핏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맑고 차가운 아침이었다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계간 「시작」 여름호로 등단하여 2018년 시집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2022년 시집 『꿈의 높이』를 출간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yunimini@hanmail.net
목격자 침묵의 말 시인이라는 직업 결별 흐린 날에 생각하는 시론(詩論) 당신과 나의 시간 우는 사람 달팽이의 사랑법 깃털의 무게 거미의 생(生)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