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가 문예지에 발표된 <고양이 안락사>를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사인이 끝난 뒤 독자는 이 소설은 자전적 느낌이 강하게 난다고 말했다. 순간 당황했다. 어찌 알았지.
이제껏 소설을 쓰면서 자전적 부분을 배제했지만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집과 시골 마을을 그대로 그려 넣은 것이다. 어머니가 누워 있던 방과 마당 끝에 있던 감나무, 마당 잔디에 난 풀을 뽑는 어머니까지.
소설에서 나와 누나가 풀을 뽑는 장면은 내가 어머니와 풀을 뽑는 장면이었다. 그런 안락한 날을 떠올리며 소설을 써서 자전적 냄새가 났을까. 아니면 마을 골목을 걸어 다니며 보았던 풍경 속에서 그런 냄새가 났을까.
이 소설 속에서 진짜 자전적인 냄새가 나는 장면은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집으로 내려가는 장면이다. 어머니가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간 것이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그 집으로.
나는 돌을 하나 집어 던졌다. 고양이들이 일제히 다른 가지로 뛰어올랐다. 라면 봉지를 평상에 던져놓고 장대를 들어 가지를 내리쳤다. 고양이들은 가지를 타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개중 유난히 털이 푸른 빛을 띤 러시안블루가 앉아 있었다. 러시안블루는 등을 둥그렇게 말아 세우고 나를 쳐다보며 눈에 불을 켰다. 눈이 파랗게 빛났다. 그 뒤로 또 한 마리의 러시안블루가 눈에 불을 켜고 나타났다. 러시안블루를 향해 다시 장대를 내리쳤다.
-너를 죽인 건 내가 아니라 너희 주인이야. 너희 주인이 너를 죽였단 말야. 근데 왜 내게 나타나는 거야.
장대를 내리쳤으나 빗맞아 감잎만 빙글빙글 떨어졌다.
-뭐하니?
언제 왔는지 누나가 등 뒤에 서 있었다.
-저놈의 고양이가 집에 왔을 때부터 나를 감시하네.
-제집에 우리가 들어와서 못마땅하겠지. 이제껏 주인 행사했는데 불청객이 들이닥쳤으니. 엄마가 서울 오기 전 키우던 고양이가 쟤야. 쟤는 엄마를 기다리며 방에서 산 거 같아. 근데 웬 라면이야? 너 라면 싫어하잖아.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양이는 감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줄기와 가지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감나무에 걸린 연처럼 고양이는 가지를 타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다시 장대를 내리쳤다. 고양이는 네 개의 다리를 쭉 뻗치며 앞집 지붕으로 내려앉았다. 고양이는 나를 주시하며 지붕 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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