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때 ‘구성비’라는 것을 늘 생각한다. 도형의 분할에서 ‘황금비율’라는 것이 있듯이 말이다. 적절한 구성비에 의해 독자가 안정적으로 얘기 속으로 빨려든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몸의 예술가’의 구성비는 몹시 이상하다.
절반씩, 50%씩 딱 나뉜 구성. 이런 위험스럽고도 작위적인 구성이 ‘전통적 구성법’ 이전의 것인지 이후의 것인지 모르겠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을 제외하곤 같은 예를 보지 못했다.
하여간 이 소설이 아니었으면 구성 방법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 소설은 광대의 죽음을 다룬 카프카의 「단식광대」와 문명의 종언을 다룬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에서 나왔다는 점을 밝힌다.
쇼킹 운운하면서 내 속내는 의뭉스러운 곳을 헤집고 있었다. 사회체제가 서구형으로 바뀐 뒤 으레 넘쳐날 수밖에 없는 뒷골목 유희 같은 것을 떠올렸다. 유럽의 다채로운 역사라는 것도 시큰둥한 건 사실이었다. 수백 년 수천 년 된 유물들이란 따지고 보면 헛간의 거미줄처럼 구질구질하지 않나 싶었다. 새로운 체제가 급박하게 휘몰아쳤으니만큼 진흙탕 속에서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케케묵은 유물보다 훨씬 서늘한 진실을 보여줄 것 같았다.
유인성은 내 말뜻을 어떻게 짐작했는지 좀 전에 우리에게 커피를 판 여자에게 뭐라 한참 체코 말로 지껄였다. 녀석은 생각보다 훨씬 능숙하게 본토어를 구사했다. 억센 자음 사이로 바람 빠지는 듯한 단모음이 교묘히 뒤섞였다. 여자는 동양인의 입에서 나온 자기 나라말이 신기한 듯 빤히 유인성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풍성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겨드랑이를 조금 노출시키곤, 옆에 있는 남자 노점상에게 다가가 유인성의 얘기를 전하는 시늉을 했다. 이미 다 듣고 있었다는 듯 남자는 거푸 고개를 끄떡였다. 기념품을 파는 그 노점상은 콧수염과 눈썹이 짙은 전형적인 체코인이었다.
그는 손동작을 크게 하며 유인성에게 뭐라 대답했다. 유인성은 하 하며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잔뜩 기대에 찬 눈길을 던지는 내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너, 서커스 한번 볼래?”
“무어? 겨우 서커스냐, 여기까지 와서?”
“서양 서커스는 우리나라랑 달라. 규모가 웅장하고 기술이 고난도야. 아주 기괴한 것을 구경거리로 삼기도 해. 너 혹시 단식광대란 말 들어봤냐?”
“단식광대?”
“인간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서커스가 있어. 어떠냐, 한번 가볼래? 나도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