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두 손이 불타는 꿈을 꿨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나는 타들어 가는 감각이 남아 있는 것처럼 손을 부르르 떨며 말했는데 이를 듣는 지인들은 “오, 나도”라고 답하며 내 말을 잘라먹더니 본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너무 갖고 싶은 거나 달성하길 원하는 목표가 있는데 이를 소유하거나 성취할 수 없을 때 손이 불타는 꿈을 꾼 것이었다. 이에 인간의 무의식이 욕망의 좌절을 타는 손으로 은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랩에서 생긴 일」은 욕망과 구원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인간을 그린 SF 소설이다. 실험실에 갇혀 밀주를 만드는 진형이 이 사업을 세계로 확장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면 그의 주변은 그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진형이 가진 욕망이 랩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비인간 존재를 만났을 때 그 겉모습은 어떻게 그려지며, 귀결점은 어디가 될 것인가. 이야기가 존재한 이래, 수없이 던져진 질문을 랩에서 사는 진형에게 안긴 게 이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내 욕망을 말하자면 「랩에서 생긴 일」을 읽은 독자들이 최이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부디 오늘 밤 두 손이 불타지 않기를.
등을 선반에 대고 한숨을 쉬는데 눈과 눈꺼풀 사이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눈꺼풀 안쪽에서 노란빛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왔다 갔다 했다. 빛이 눈꺼풀 안쪽을 긁는 감촉은 시원하면서도 오묘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게 꿈이었던 건가.
근데 내가 술을 제조하고 제조한 술을 판 게 꿈이 되려면 한참 전부터가 꿈이어야 말이 되었다. 그렇게 가정하기에는 감칠맛이 나는 술 제조법을 알아내고 밀주 생태계를 대학원에 구축한 나의 경험이 손바닥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하, 그럼 내가 실은 폭발로 죽었구나!
“하.”
내 바로 앞에서 짧지만 억센 탄식이 울렸다.
“눈 안 떠!”
사후 세계인 건가.
나는 떨리는 눈꺼풀을 천천히 떴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렸을까, 아니면 검은색 슈트를 빼입은 도깨비, 그것도 아니면 옻칠을 한 갓을 쓰고 있을까.
눈을 완전히 떴을 때 보인 건 10밀리리터 크기의 삼각 플라스크였다. 동전 크기만 한 좁은 주둥이에 손바닥보다 작은 삼각형 몸통을 가진 삼각 플라스크는 노란빛을 내고 있었다. 그 뒤로는 그을린 실험대가 보였다.
사후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연구실이었다. 폭발로 인해 유리로 된 모든 기구가 산산조각이 난 상황에서 삼각 플라스크는 흠집 하나 없이 온전했다. 그보다 더 기묘한 건 삼각 플라스크가 날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더 괴이한 건 삼각 플라스크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네가 감히 내 연구실을 이렇게 망쳐. 어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삼각 플라스크의 주둥이가 오물거렸다. 그것은 내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니면서 발광했다.
“너는 뭐지?”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제니의 역」으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