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진열대에 전시된 탕후루를 봅니다.
귤, 딸기, 포도, 체리, 키위, 파인애플의 겉에 설탕물이 굳어 있습니다.
인간이 저 단맛을 몰랐다면 제가 유리 진열대를 노려볼 일도 없었겠죠.
이때 누군가 제 등짝을 때립니다.
“안 사고 뭐 하냐?”
그럼 전 주섬주섬 카드를 꺼내 샤인머스캣 탕후루를 삽니다.
단언컨대 생태 전쟁 이후에는 열대 과일을 채취하는 노비가 있을 겁니다.
이 노비들은 수확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이나 목이 도끼에 뎅강 잘립니다.
노비의 삶을 벗어나려는 시도의 결말은 늘 비참할 거고요.
순간 누군가 제 손목을 잡아챕니다.
단맛에 중독된 이는 절 노려보며 마지막 한 알을 아작아작 씹습니다.
푸리앙은 클수록 그 값어치가 작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큰 푸리앙의 단맛은 황홀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린 푸리앙을 맛본 적이 없으므로 값어치와 단맛이란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어찌 됐든 이 정도 크기의 푸리앙이면 마을 사람들이 반년은 굶지 않을 수 있는 쌀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내 어깨는 하늘로 솟았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필요는 없었다.
“이게 다 삼무도 님 덕이다.”
푸리앙을 바라보며 두 손을 하늘로 뻗은 주술사 할아버지는 기원 주술을 준비했다.
그는 마을 중앙에 있는 죽은 과일나무에 넓적한 잎사귀를 치마처럼 둘렀다. 나무 앞에는 큰 돌 네 개를 괴어 푸리앙을 세웠다. 그러고 나서 시동 일을 하는 마을 아이들을 발가벗겼다. 발가벗은 시동은 신이 나다 못해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죽은 나무와 푸리앙을 빙글빙글 돌며 괴상한 춤을 췄다.
시동의 사지는 따로 놀았고 눈은 번득였다. 내 앞을 지나가는 남자아이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관절을 부러뜨리듯 꺾었다. 맞은편에 있는 아이의 목은 뒤로 넘어가더니 다리 사이로 나왔다. 그 옆의 아이는 발이 아닌 손바닥으로 걸었다.
우리 마을 아이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주술사 할아버지가 풀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발가벗은 아이들은 죽은 나무를 향해 오줌을 갈겼다. 앞으로 쭉 뻗은 오줌발은 잎사귀를 요란하게 적셨다. 줄기를 타고 땅으로 흐른 오줌은 죽은 뿌리 사이의 골에 고였다.
아이들의 오줌발은 점점 약해졌고 풀피리 곡조는 격앙되었다. 비명을 지르듯 울리는 풀피리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옆에 있는 선령은 입을 다문 채 풀피리의 음을 쫓았다. 선령의 콧노래는 점차 풀피리와 하나가 되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소리가 공명하자 나는 몸과 마음이 아주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술사는 손도끼를 들고 아이들 대신 나무에 다가섰다.
“비뿔란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외치며 손도끼를 나무 쪽으로 휘둘렀다. 아이들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도끼는 나무밑동 바로 앞에서 멈췄다. 할아버지는 이 말과 동작을 세 번 더 반복했다.
“빛이 되는 천둥이여. 천년 씻는 성난 파도여, 남은 자의 세월이여, 외로우니 제주도여, 제주도여……”
주술사는 죽은 나무를 보며 푸리앙 섬의 아주 먼 옛날 이름을 되뇌었다.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제니의 역」으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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