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오지 않는 것. 이 소설은 실화입니다.
작년에 저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재소자들을 상대로 비대면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흉악범, 강력범, 사회 부적응자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는 이모지 처리를 했음에도 실명으로 드러나는 제 이름과 직업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권의 책으로 매주 만났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제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였고 만들어 보낸 워크북에 성실히 대답했습니다. 매우 솔직했고 몹시 순연한 글이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글에 박힌 생의 편린은 조각조각 차갑게 빛났습니다.
안부가 궁금한 그들에게 저는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씁니다.
이 소설이 그 편지입니다.
어디에 있든 잘 있기를 바랍니다.
수감 번호 6719- 권수양
앞선 네 명과 달리 권수양은 수감 번호 뒤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있었다. 재소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밝히는 걸 꺼릴 게 틀림없는데 권수양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의 인사를 받으면 돌려주는 것을 생래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상대가 내민 오른손이 무안하지 않도록 일단은 그 손부터 잡는 사람이 아닐까. 주고받는다는 의식 없이.
권수양의 그림은 그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성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세 개를 가로로 나란히 그린 게 그림의 전부였다. 나는 활동 제목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당신의 고향을 그려보세요.
나는 이내 그림에 오류가 없음을 알았다. 정사각형 세 개 안에는 글이 쓰여 있었다.
첫 번째 사각형- 나의 고향은 빈집
두 번째 사각형- 나의 고향은 소년교도소
세 번째 사각형- 나의 고향은 여성교도소
세모 지붕도 없이 사방으로 막혀 있는 작은 집, 열고 나갈 문이 없어 막막한 작은 방. 그 집의 이름은 빈집, 소년교도소, 여성교도소. 권수양은 그곳을 자기 고향이라 불렀다. 나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 손목을 명치 아래 대고 깊이 누르며 숨을 길게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연회색 벽에 드리운 마름모꼴 창 그림자를 보았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