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붉은 방의 체 게바라 - 율려국 낙서견문록2

소설 장편 분재

김종광 2024-06-09

ISBN 979-11-93452-43-1(05810)

  • 리뷰 0
  • 댓글 0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2편에서는 문학 전반에 걸쳐 열심히 생각해보았다. 특히 문학의 두 중추, 작가와 평론가의 애증에 대해. 대화가 너무 많아 괴란쩍은데, 이 무수한 말을 반어, 풍자, 입담으로 편하게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김만수 평론가 님은 필자의 첫 소설집 해설에 이렇게 써주셨다. 「그들 인물들 모두가 요설적인 입담 하나만큼 수준급이어서서 작품의 구성이 산만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종광은 이들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용케도 통제하여 단편의 형식으로 꾸려내고 있다. 물론 그의 반듯한 소설의 텃밭에는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이 함께 심어져 있다」. 2편이야말로 딱 그런 소설이라고 자부해본다.

누군가 신나게 웃어댔다. 저 잔인한 집단구타를 보고 도대체 누가 웃는단 말인가?

웃음을 뚝 그친 제복녀는 내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제복녀는, 아파 죽겠다고 버르적거리는 내게 말했다.

“대단하지 않는갑? 우리 율려 문학인들읍. 저것이 우리 율려의 미래란 말이얍. 한국 작가께서는 어떻게 느꼈습?”

제복녀의 말은 칭찬인 것 같기도 하고 비아냥거림 같기도 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래야 덜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면이 커졌고 벽은 다시 시뻘건 선지피 빛깔로 변했다. 제복녀가 내게 에이포지 열 장 정도의 서류 묶음을 내밀었다. 나는 늦게 받으면 또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제복녀가 쪼그리고 앉아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왠지 무서워져 덜덜 떨었다. 또 오줌이 나오려고 했다. 난 대체 몇 번이나 오줌을 싼 것일까?

제복녀가 인주단지를 툭 던져주고는 일어서며 말했다.

“너는 정말 겁쟁이로굽. 자존심도 없곱. 그래서 무슨 문학을 하겠다는 거얍. 우리 율려문학인들 정도의 자존심과 용기는 가지고 문학을 해야 되는 거 아냡?”

나는 제복녀의 저의를 알 수 없었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가리사니가 안 잡혔지만, 창피했다.

“읽어보고 이상 없으면 지장 찍업.”

제복녀가 말하고는 책상으로 갔다.

서류의 제목은 좀 길었다.

<제1회 율려국 낙서인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무효화 획책 및 낙서국 폭파 테러 모의 용의자 한국 작가 소판돈에 대한 심문조서>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2019), 류주현문학상(2019) 제비꽃서민소설상(2008), 신동엽문학상(2001)을 받았다. 

 

kckp444@hanmail.net

붉은 방의 체 게바라 - 율려국 낙서견문록2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