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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낙서가에 대하여 - 율려국 낙서견문록3

소설 장편 분재

김종광 2024-06-16

ISBN 979-11-93452-44-8(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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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소설가로 데뷔할 때, 심사평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분필 공화곡>은 그 어떤 계몽적 시선도, 해부학자의 태도도, 알레고리 구성자의 이념적 편향도 내보이지 않은 채, 철저하게 서사 자체의 드라마를 포착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냉정한 관찰자이자 능란한 연출자가 되어 이야기의 뒤편에 철저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 다른 어떤 감각에 의존하지 않은 채 서사 자체의 밀도와 힘만으로 세계를 개진해나가는 새로운 유형의 이야기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저 과분한 말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3편을 쓰면서 이런 게 바로 ‘서사 자체의 밀도와 힘만으로 세계를 개진해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흡족해했다.

나의 옥고, <최고낙서가에 대하여>을 읽어본 슬픈사슴이 말했다.

“짜깁기 실력 짱인뎁.”

“짜깁기는 소설가의 기본이지요. 저널리스트나 에세이스트 님들의 짜깁기 실력에 비하면 놀이방 수준이겠지만요. 표절 시비를 피하는 선에서, 짜깁기는 현대산문창작방법의 핵심 아니겠습니까? 근데 정말 황당한 환경에서 글 쓰십니다. 최고낙서가의 1인 독재, 지식문화강국21 위원회의 1당 독재 하에 있는 율려문학! 제대로 된 작가가 있을 수 없겠군요?”

“오십보백보 아냡? 너희 나라 문학은 뭐 달랍?”

“다르지욥! 우리 한국문학은 다양성의 용광로입니다. 개별적 차이가 무한히 존중받아요. 쏠림 현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에요. 저 같은 미미한 작가도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결정적으로 먹고는 살잖아요?”

“1인 1당 독재가 꼭 문학적으로 나쁜 건 아니얍.”

“어떻게 안 나쁠 수 있습니까?”

“너희 나라 사람들은 70년대가 한국문학 황금기였다고 하던뎁? 그 이후 한국문학은 뒈졌다고 시르죽는 소리나 해대곱. 70년대가 어떤 시대였집? 1인 1당 독재 때 아니셥? 세계역사에 길이 망신살로 남은 유신헌법 시절 아니냐곱? 그때 그토록 많은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나온 걸 그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갑? 그 훌륭한 작가님들이 여전히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셔 경쟁률도 드높은 한국의 젊은 작가여, 그대 나라의 일은 로맨스고 우리나라의 일은 불륜인갑? 도긴개긴 아니냐곱?”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2019), 류주현문학상(2019) 제비꽃서민소설상(2008), 신동엽문학상(2001)을 받았다. 

 

kckp4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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