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선택적 일기 : 2024-2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채신화 2024-06-24

ISBN 979-11-93452-46-2(05810)

  • 리뷰 1
  • 댓글 5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소설을 쓸 때면 이야기 속에서 칼춤을 추는 느낌이다. 신명 나게 소리치고 뒤흔들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그 짜릿함을 놓을 수가 없어 계속 글을 썼다.

신나기만 하면 좋으련만 내가 흔드는 칼에 스스로 베이기 일쑤였다. 아프고 고되고 외로웠지만 춤을 추지 않으면 병 들어갔다. 쓰지 않을 수가 없어서 썼다. 하지만 읽히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몸치였나…?' 하고 쪼그라들던 시기에 당선 소식을 들었다.

계속 춤추게 해준 스토리코스모스 심사위원 및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하다. 낮이든 밤이든 내 이야기에서 떨어져 나온 한 톨까지도 남김없이 읽어준 남편에게 모든 영광을 바치고, 늘 부추겨 주는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 친언니에게 칭찬받고 싶다.

<선택적 일기>는 당연하게 여겼던 자연(날씨)을 돈 주고 사야 하는 세상에서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렸다. 처음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에도 숨을 불어넣었다. 세상만사 당연히 존재하는 건 없다. 언젠간 소멸한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 외치는 다짐이기도 한 이야기다.

맙소사.

아라는 지난주 아르바이트 하나를 잘리면서 날씨 코인을 충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 가상 지갑엔 5500코인이 전부였다. 월말이라 코인 쓸 데가 많은데…… 아라는 어쩔 수 없이 2000코인만 날씨 지갑으로 옮겼다. 지금 가진 코인으로 설정할 수 있는 날씨 한도는…… 보자…… 일조량부터 좀 줄여야겠다.

삐빅.

캐시 부족 알림이 뜰 때마다 손목에서 워치가 요동을 쳤다. 요즘 햇빛을 통 못 봤는데…… 별수 없지. 아라는 날씨 할인 코너에 접속했다. 우중 모드, 안개 모드, 천둥 모드가 이벤트 세일 중이었다. ‘로맨틱 우중 모드’는 10% 할인해 1800코인이면 살 수 있었다. 비 내리는 소리, 습한 공기, 걸을 때 자박자박 채이는 빗물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충동구매를 했다가는 주급이 들어오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나머지 200코인으로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암흑 속에서 사는 수밖에 없는데, 어둠을 가벼이 여겼던 이들 대부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라는 스페셜 세일 코너에 접속해 65% 할인 중인 200코인 짜리 날씨를 선택했다. 그래 좀 참자.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어야 제맛이니, 월요일에 모든 우울을 몰빵하기로!

‘바람 없는 우중충한 날씨. 200코인 결제를 완료했습니다.’

2024-2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선택적 일기
심사평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1 진짜 사랑을 하기 위해 권기랑 2024-08-26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