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듣고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쓰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며 써야한다고 저를 추동하며 울고 웃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토리코스모스와 축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잘 보고 잘 들을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겸오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지역사회나 종교단체의 도움을 종종 받았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도움받는 걸 자존심 상해하며 감추려고 하는데 겸오는 달랐다. 가난한 환경과 가족의 처지를 자기 자신과 별개의 일로 보는 것 같은 태도. 나는 겸오의 그런 점이 기특했다. 학교가 끝나고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다고 하는 겸오를 불러 밥을 먹였다. 겸오는 그래서인지 나를 의지하며 잘 따랐다.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였지만 내 앞에서는 순한 눈빛을 했다.
-지금 김치볶음밥 만들어 먹으려고요.
겸오가 메시지를 보내오며 일상을 공유할 때면 반가웠고 안심이 됐다. 복도에서 계단에서 마주칠 때마다 겸오는 연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쌤이 내 주인 하세요. 전 쌤 노예여도 좋아요.”
그런 말들을 쏟아내며 무릎을 꿇으면 주변의 아이들은 와아, 웃음을 터뜨렸다. 겸오의 기대만큼 나는 증명해 보이고도 싶었다. 그래서 겸오에게 너는 나를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제 갓 초임 교사였던 나는 남몰래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려고 애썼다. 내 안에 뭔가가 부서질 때까지 계속 그렇게 완벽한 존재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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