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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혁명 - 율려국 낙서견문록5

소설 장편 분재

김종광 2024-06-30

ISBN 979-11-93452-48-6(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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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온 주인공 ‘나’는 1년 동안 무수한 율려국 취재기를 써서 큰돈을 번다. 양심상 방송 출연만은 마다했는데, 섹시황당게임티비의 출연 요청에 응한다. 율려국의 제212회 낙서대축제를 현지 중계방송하기로 한 것. 율려국 해설가로 캐스팅된 이가 슬픈사슴이기 때문. 1년 만에 만난 슬픈사슴은 나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율려국 취재기로 낙서문학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하여간 낙서대축제를 열심히 중계하는데…

솔직히 여기까지 쓰고, 오래도록 쓸 수가 없었다. 처음 설정은 ‘낙서대축제’가 아니고 ‘낙서문학 격투짱 뽑기 대회’ 같은 거였는데 문학으로 대체 어떻게 격투를 벌일 것인가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나는 한동안 도무지 소설을 쓸 수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침내 스토리코스모스 연재를 통해 필자는 전혀 다른 빛깔로 이어 쓸 수 있었다. 낙서대축제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에서 무려 혁명이 일어난다.

해방군이 나를 데리러 왔다. 혹시 또 붉은 방에 끌려가서 고문받는 건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내가 들어간 방은 붉은 방이 맞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멋진 의자에 슬픈사슴이 앉아 있었다. 그녀 책상에는 ‘인민해방전선 낙서위원회 SNS국장 슬픈사슴’이라는 명패가 있었다. 그녀도 체 게바라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혁명을 계획 중이던 사람을 두고 그녀와 섹스 한판 하자는 꿈이나 꾸고 있었던 내가 한심해서 치욕스럽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혁명의 파란에 휩쓸려 개고생하는 전 동거인을 열흘이나 방치한 슬픈사슴에게 섭섭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살려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슬픈사슴이 먼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 우리랑 같이 일해볼 의향이 있습?”

“출세하셨네…… 요. 내 주제에 무슨 일을 해…… 요?”

슬픈사슴이 나 따위가 함부로 반말하면 안 되는 높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를 붙인 것이었다.

“전 세계에 우리 혁명의 대의를 밝히고 있업. 앞으로 우리 혁명 과정을 홍보할 것이얍. 당신이 한국어권 낙서콘텐츠 제작을 맡아줩.”

“난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가고 싶으면 갑.”

“보내줘야 가지요.”

“외국인은 이제 석방될 거얍. 열흘이나 붙잡고 있었던 게 용합지. 이제 외국 부자 놈들을 억류할 명분도 없고 힘도 달렵. 그들의 율려국 내 재산과 모든 현금을 혁명지원금으로 우리 혁명정부에 바치면 바로 석방될 거얍.”

“결국 돈 받고 풀어주는 거네요.”

“혁명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집.”

“그럼 나도 갈게요.”

“넌 우리 혁명정부에 바칠 돈 있업?”

“얼만데요?”

“최하 10만 달러입지.”

“미쳤군요.”

“너는 혁명에 터럭만큼도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얍. 혁명정부에 돈 안 내도 풀어줄 테니 나가 봡. 갈 수 있으면 네 나라로 돌아가보라곱.”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2019), 류주현문학상(2019) 제비꽃서민소설상(2008), 신동엽문학상(2001)을 받았다. 

 

kckp4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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