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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부인의 재림 - 율려국 낙서견문록6

소설 장편 분재

김종광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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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나라 여행기래서, 엄청난 사건이 파란만장할 줄 알았는데, 1~5편 보고 ‘순 말만 많네’ 섭섭하신 독자분이 많으셨겠다. 솔직히 필자도 이토록 서사보다 대화가 많은 소설인 줄 잊고 있었다. 마지막 편은 대화를 자제했다. 진정 서사 자체의 밀도와 힘만으로 인간해방혁명 이후를 그려보았다. 1~5편이 다소 지루하셨을 독자도 마지막 편만은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 테다. 너무 많은 대사건이 발생해서 ‘줄거리 스포일러’도 생략한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율려국 낙서견문록’을 완성할 수 있었다. 끝났다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아니야?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모자람은 여운으로 남겨놓기로 했다. 반어, 풍자, 입담을 합한 말이 해학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해학으로 우리 문학의 다양한 문제를 끌어내보고 싶었다. 문학 독자는 지구 지킴이이며 인류 수호자다. 독자님들이 문학의 훌륭한 전파자로 살아계시는데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는 소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슬픈사슴이 외쳤다.

“나는 혁명을 모욕하지 않았답. 우리 혁명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답. 낙서는, 문학은 답이 없는 세계답. 어떻게 좋고 나쁨이 있으며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갑? 판단하더라도 그 판단으로 누가 누구를 벌줄 수 있는갑? 어떻게 문학책을 불태울 수 있는갑? 어떻게 반대하는 사람을 불태워줄 수 있는갑? 이것이 바로 대중 독재답. 대중은 미쳤답. 이런 게 혁명이라면 나는 혁명에 반대한답!”

슬픈사슴이 말하는 동안에도 물포탄은 쉼 없이 날아왔다. 엄청난 아픔을 무수히 맞으면서도 슬픈사슴은 기어이 하고픈 말을 하고 있었다. 슬픈사슴의 입은 결국 다물어지고 말았다. 기절한 것이다.

아니, 슬픈사슴은 죽은 것일까? 저런 폭력을 당하고도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웬만한 부자들은 물야구포탄 천 개 맞으면 바로 기절했는데, 슬픈사슴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만 개도 넘게 맞았다. 슬픈사슴이 죽으면 나 때문에 죽은 것이다.

혁명정부는 왜 나를 안 잡아가는가? 유튜브에 올렸다고 저렇게 사람을 족치면서 그걸 만든 나는 왜? 곧 잡으러 올까? 나도 잡혀가서 대중재판을 받게 되는가? 한국인이라고 봐주는 걸까? 그래, 나는 한국인이야. 한국정부가 아무리 시원찮아도 국민 하나가 타국에서 죄없이 죽어가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야. 우리나라 정부를 믿어.

야, 개새끼야. 지금 너 때문에 한 여자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네 살 궁리만 하는 거냐? 어떤 노평론가가 술 드시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내 머리를 포도주병으로 내리치기 전에 했던 말이 명징하게 떠올랐다.

‘너 같은 같잖은 새끼가 소설가랍시고 꼴값을 떨지.’

내가 울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욕하는 것뿐이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2019), 류주현문학상(2019) 제비꽃서민소설상(2008), 신동엽문학상(2001)을 받았다. 

 

kckp4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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