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도리어 그 반대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지 않는가. 운이 나빴더라면 현실에서 맞닥뜨렸을지 모를, 상상만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들. 운이 좋았다는 말만으로 안도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위태롭다.
병원 1층 입구에 있는 주차장으로 나오자 맞은편에 있는 장례식장이 보였다.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찬영은 장례식장 건물을 응시한 채 담배를 태우며 아버지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운이 좋은 사람이었지.
조문을 온 아버지의 예전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탄광 매몰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나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찬영은 그때 처음 알았다.
딱 한 번 아버지가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찬영을 밤낚시에 데려간 적 있었다. 아버지는 낚싯바늘에 지렁이를 꿰어주고 낚싯대를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 준 뒤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물고기가 낚였는지 그에게 확인해보라고만 했다. 그런 건 나도 알아요.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둠 속에서도 아버지는 커다란 물고기를 몇 번이나 낚아 올렸다. 매일 같이 낚시 도구를 들고 집을 나서면서도 물고기를 잡아 오는 일은 없었기에 그는 놀란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어깨에 힘을 바짝 주고 아버지처럼 낚싯줄을 감아올릴 순간을 숨죽여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뒤 아버지가 그의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지렁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화가 난 그가 낚싯대를 내동댕이쳤다.
네 잘못이 아니다.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죄다 털려있을 거다. 언젠간 너도 알게 되겠지. 아버지는 그 말을 하면서 조금도 웃지 않았다. 동이 틀 무렵 집에 돌아가기 위해 물건을 챙기다가 들여다본 양동이 안은 어째서인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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