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대로 살고 싶지만, 그 의지 역시 나로부터 비롯한 의지가 아님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인생길 위에서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기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을 때, 이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주인공 도경이 자신의 이름처럼 인생길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도경은 침묵했다. 장례 절차를 진행해야 해서 가족과 연락이 필요하다고 차분하게 말하는 남자에게 도경은 정중히 사과하고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하고 전화를 먼저 끊었다. 그 뒤로 다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한동안 전화가 울리다 멈추고, 다시 울렸다. 도경은 텅 빈 미용실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진도 옷도 모두 없었다. 도경 자신의 사진도 거의 없었다. 초록색 기묘한 패턴의 스웨터를 입고 양손으로 볼을 감싼 포즈를 취한 초등학교 시절 사진이 유일했다.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 도로를 보았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앞차들을 몇 번 추월하며 혜정은 나아갔다. 유리창을 와이퍼로 닦아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길이 좀 미끄러워지네.”
와이퍼가 움직일 때마다 앞유리창에 얇은 얼음 막이 만들어지면서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 등이 흔들려 보였다. 앞차와 너무 가까워진다고 느낀 순간 혜정이 어! 하고 외쳤다. 속력을 줄이는 동시에 차가 미끄러졌고 앞차를 피하려고 혜정은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온 세상이 천천히 기울어지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다. 순간, 차가 미끄러졌다. 도경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른 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꽉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차가 갓길에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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