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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을 위한 세레나데

선택안함

김종태 2021-07-21

ISBN 979-11-9201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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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기술자인가 예술가인가

얼마 전 영화계에서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인 분과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당신은 예술가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나는 예술가보다는 기술자에 가깝다. 그렇지만 예술가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다.”고 답을 했다. 나는 “예술대학을 졸업해서 영화제작 쪽 일을 하면 예술가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연출은 예술가에 가깝지만 촬영은 기술자에 더 가깝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헤어진 후에 다시 그의 말들을 반추해보면서 ‘예술’과 ‘기술’이라는 말이 지닌 여러 가지 의미망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기술이나 예술이나 궁극에 가서는 서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위대한 예술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해야 할 것이며 뛰어난 기술은 어느 순간 위대한 예술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했다는 말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구절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 말은 번역과 해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그리스어로 된 말이 라틴어 및 영어로, 그리고 일본어나 우리말 등으로 번역되면서 히포크라테스의 명제는 인생과 예술 전반에 대한 격언으로 확대 해석되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이 말이 지닌 원래의 뜻은 인생의 순간성에 비해서 의학 기술은 영원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의학 기술의 영원성이라는 것 역시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인간 삶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여 매우 짧은 것이지만, 인간의 몸을 치유한 의술은 그 인간이 죽어도 다른 인간의 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둘째, 인간으로서 생존할 시간은 너무 짧아서 의학 기술을 제대로 익힐 시간이 늘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 말 뒤에 이어지는 구절(“기회는 살같이 지나치고, 경험은 뭔가 불안하고, 결정하기는 까다롭다.”)을 보면 후자 쪽의 해석이 더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쪽으로 해석하더라도 기술은 인간보다 더 지속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속성 속에서 기술은 어느 순간 예술화하는 게 아닐까? ‘art’라는 단어 속에 기술과 예술의 의미가 동시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한국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 시인은 시를 “언어미술”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는 “시인이란 언어를 어원학자처럼 많이 취급하는 사람이라든지 달변가처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 개개의 세포적 기능을 추구하는 자는 다시 언어미술의 구성조직에 생리적 Lift-giver(‘활력 부여자’ - 인용자 설명)가 될지언정 언어 사체(死體)의 해부집도자인 문법가로 그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시인을 만나서 비로소 혈액(血行)과 호흡과 체온을 얻어서 생활한다.”(정지용, 「시와 언어」,

여인이 선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푸른 그늘이 근심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속에서 더욱 하얗게 물든 여인의 손등이 곱디곱다 봉숭아 붉은 손톱
아래로 낮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경북 김천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일본어시집 『복화술사』가 있음.
청마문학연구상, 시와표현작품상, 문학의식작품상, 문학청춘작품상 수상.
현재 호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blud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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