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깊은 산속에 살면서 부처를 찾다 죽고 싶었다. 죽을 때까지 속세로 나오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 길은 내게 너무 요원한 꿈이었다. 결코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고독한 길. 그 길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을, 나는 결코 포기하지 못했다.
그래선지 지금도 깊은 절에서 부처를 찾는 스님을 볼 때면 내 마음속에서 아득함이 몰려왔다. 그 깊은 산속에서 고요를 온몸으로 감싸안으며,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그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을 죽기 전에 찾을 수 있을까.
스님이 되고 싶었던 한때의 기억을 찾아 이 글을 썼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꿈을 꾼다. 어쩌면 이 소설이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심연 속의 꿈을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강화도에 많이 갔다. 전생에 내가 그곳을 걸어 다닌 기억을 그곳에서 느꼈다. 마니산 자락을 오르내리면서 내가 보았던 연등도 이 글에 담았다. 서해 바다 위에 떠 있던 고기잡이배 한 척도.
―일주문에 한참을 앉아 있다 일어섰는데 한 여자가 하얀 연등을 들고 산길을 올라왔어. 여자는 내 앞을 지나 일주문 계단을 올라갔지. 여자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손에 들린 연등이 흔들거렸지. 여자가 계단을 다 올라갔을 때 계단 양쪽에 걸어둔 연등에 불이 들어왔어. 능선을 따라 휘어지고 퍼졌다 접히면서 산 밑까지 매달아 놓은 등에 불이 들어온 거야. 마치 나무들이 허공 속에 꽃을 피워 올린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뱀이 등에 꽃불을 켜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는 형국이랄까. 여자가 계단 너머로 사라진 뒤에야 난 그녀가 군대 있을 때 나를 치료해 준 간호사란 걸 알았지.
―아.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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