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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

소설 단편

고요한 2021-07-22

ISBN 979-11-920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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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가까운 친구가 죽었다.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렇구나, 하고 귓등으로 흘려듣곤 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바로 내 옆에서 벌어진 것이다.

나로서는 친구의 죽음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출입이 쉽지 않았고, 무조건 검사부터 먼저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홀로 죽어갔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조금 더 빨리 치료를 받고 회생할 수 있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지금도 오락가락하지만 나에게는 그의 죽음이 ‘아직 살아 있어서’ 더는 쓸 수가 없다.

어둠이 내릴 무렵, 뒷산을 산책할 때마다 나는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 내가 모르는 그 세상에서의 안식과 평안을 위해. 이제 내가 살아남은 자로서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를 기억해주는 것뿐이다.

이 소설은 그를 기억하기 위해 고안해낸 슬프지 않은 저장장치이다.

국가 담당자는 단호하게 지금은 섹스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십대 중반 남자의 묵직한 중저음 목소리였다. 내가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담당자는 똑같은 말을 번복했다. 순간 녹음된 목소리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언제까지 2미터를 유지해야 하냐며 나는 집요하게 따졌다.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입니다. 국가의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도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실 거 아닙니까. 오늘만 부부 확진자가 구백 명을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잠자리를…….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잠자리를 안 하는 게 가족을 지키는 것입니다. 부부가 걸리면 자녀들은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걸릴 확률이 높은 걸 모르진 않겠죠. 그렇게 퍼져나가다 보면 주변의 친지나 친구까지 확진자가 나옵니다. 제가 말이 길었군요. 그리고 시민님은 지난번 경찰관의 주의를 받은 걸로 아는데요. 지금은 경찰관이 댁에 들어간 걸로……. 게다가 아버님까지…….

나와 부모님이 가족이란 것까지 어떻게 아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국가의 일이니까요. 선생님은 지금 국가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정정하자면 감시가 아니라 관리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시민님이 안녕해야 국가가 영원히 존속되는 거니까요.

―아이를 낳아야 국가가 존속되는 거 아닌가요?

―시민님이 안녕해야 아이도 낳을 수 있는 겁니다.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합니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newspeople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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