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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깊이

에세이 선택안함

박용하 2021-07-27

ISBN 979-11-9201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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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가 숨 쉬고, 시적 직관이 쉬지 않고 출몰하는 그런 산문을 쓰는 건 나의 오랜 희망이었고 간절한 염원이었다. 때때로 시보다 더 내 피부에 와 닿는 당신의 산문에 열혈 호응했듯이 네 피부에 가 닿는 그런 산문을 쓰는 건 나의 오랜 평심이자 꿈이었다.

째깎째깎 초읽기 하듯 저녁이 온다. 한밤중에는 오늘 하루가 사라져가는 걸 암흑과 함께 누워서 뜬 눈으로 지켜봤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함께 했던 더없고 덧없는 사람의 육체. 하루가 가버리듯이 가버린 일생들. 자주 혼자가 되려 했고, 그걸 훼방 놓던 인간관계들 속에서 나는 겨우 만물과 사귀었고 가까스로 미물을 사랑했다. 저 먼 어제에서 불쑥 다시 나타나거나 기미조차 느낄 수 없는 미래에서 슬그머니 다가온 오늘이란 이름의 곧장 과거가 될 하루하루들.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았고, 나 역시 그 누구도 찾지 않았다. 낮과 밤만이 변함없는 후견자였고, 햇빛과 달빛이 호위 무사처럼 나와 세계를 어루만졌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다. 편해졌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그들로부터 아주 떠날 수는 없었으며 여전히 인간을 염원하는 한 명의 외롭고 괴롭고 슬픈 짐승으로 남았다.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1991)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1995) 『영혼의 북쪽』(1999) 『견자』(2007) 『한 남자』(2012)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2022)『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2022)가 있다.

 

eastpoe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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