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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방식

선택안함

박용하 2021-11-03

ISBN 979-11-9201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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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죽었나 보다 싶은 사람이 있고,
여러 날 상실감 속에 파묻히게 하는 죽음이 있으며,
두고두고 되살아나는 죽음도 있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앉은 사람에게 “나, 여기 있네!” 하는 죽음도 있습니다.

2년 전, 건축가 L선생님을 이십여 년 만에 강릉서 만났습니다.
그해 여름, 홍대 근처서 술 마시다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 태우고 그랬는데,
지난 7월 폐암으로 세상 떴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니
그 합석 끽연이 작별 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으면 죽었나 보다 싶은 사람이 있고,
아직도 안 죽었나 싶은 사람이 있고,
저리 뻔뻔하니 암도 안 걸리는구나 싶은 사람이 있고,
두고두고 재생하는 죽음이 있고,
그야말로 세상 빛이 감소하는 죽음이 있습니다.

복수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그가
그 어린 옛날
그의 동생을 여지없이 두들겨 팼는데
그는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그는 하얗게 잘도 잊고 살았는데
수십 년이 지난 어느 저녁
불쑥 그걸 말하더구나
맞은 사람이 되어
문신이 되어
피의 기록이 되어
때린 사람을 기억하고 있더구나
때린 사람을 소환하더구나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1991)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1995) 『영혼의 북쪽』(1999) 『견자』(2007) 『한 남자』(2012)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2022)『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2022)가 있다.

 

eastpoe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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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도 복수하고 싶다 책물고기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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