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이든
마을 둘레길이든
야생 혹은 야성이 살아 있는,
내 안의 원초적 야성을 일깨워주는
길 위를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잃버버린 낙원의 기억 한 조각
찾아낸
기쁨을 받아 적곤 한다.
그 작은 기쁨이
휴대가능한
내 시의 에너지원이다.
베끼고 싶은 시인의 시들은
이미 낡았구나
베끼고 싶은 가인의 노래는
이승의 리듬이 아니구나
베끼고 싶은 성자의 삶은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표절 충동은
창조자인 나를
언제나 슬프게 하지만)
꽃의 꿀을 따먹으면서도
꽃에 이로움을 주는
나비나 꿀벌의 삶은 베끼고 싶거니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거룩한 낭비》 《명랑의 둘레》 《야생의 위로》 등의 시집과 《시 읽어주는 예수》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잡초 치유 밥상》 등의 산문집을 냈다.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박인환상 등을 수상했다.
solssi@hanmail.net
식물성의 순례 식욕 그러나 야성의 날개는 접지 않고 산다 골고루 가난해지기를 잡초 밥상 거기가 꽃자리였을 것 물까치 꾸지뽕나무의 말씀 표절 충동 독경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