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떨어진 자리에
눈이 내려요
한 사람이 떠나고 내리는 눈이
길을 켜주고 있어요
깊게 팬 발자국 위로 어젯밤이 흘러요
얼음 속 구두를 꺼내 신고 길이
버린 가방 안으로 들어가요
가방 안의 시간은 얼어 있고
유리창에 귀를 대면
무릎까지 낮아지는 소리들
눈은 감기는데 생각이 감기질 않고
질퍽한 상상 속으로
울음만 쌓여요
나를 켜두고 한 사람이
어두워져요
아무도 없는 창 안을 켜두는 것은
돌아오겠다는 뜻이에요
빈집에서 한 사람의 체취가 자라나고
충혈된 꿈과 잠 사이로 흐르는 전화벨
그치지 않는 눈 때문에 시월이 사라지고
한 사람이 사라져요 사방은 캄캄하고
눈이 내려요
2006년 『서시』 등단
2020년 제10회 시산맥작품상
2021년 제16회 지리산문학상
시집 『나비야, 나야』 『빨강해』(지리산문학상 수상시집)
저서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멜랑콜리 연구』
sonagi005@hanmail.net
오렌지가 굴러가는 오후 시끄러워, 뻐꾹 양파 속엔 나비 한 마리 가위바위보 후 메두사 전용 헤어샵 개와 늑대의 시간* 시월인데 내 가방에 낙타를 저 달이 예쁘다니요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