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쪽’보다 금지된 ‘저쪽’이 좋았나
문명의 화려한 불빛 아래 서면 자꾸만 주눅 들고
약시가 되어 쩔쩔매는가
두 발 달린 짐승이면서
허공에 방 한 칸 얻어 가슴을 쥐어짜고
못살게 구나
희희낙락 하나
침묵은 말들이 태어나는 자궁,
달변은 믿을 수 없으므로 내 사유의 더듬이는 더듬거리다가도
먹이가 던져지면 맹금류처럼 맹렬해지나
천둥처럼
번개처럼, 그가 왔던가
왜 늘 울음 같은 질문만 있고 대답은 없는가
졸시 「질문」
나는 왜 살까
남에게 빌붙어 피나 빨아먹으면서
기생도 기생 나름이라
웃음을 팔지언정 순정을 팔진 않았는데
남의 배 속에 낳은 알들이
종양처럼 자라
생살을 뚫고 나오는 끔찍한 고통을 아무 죄의식 없이 바라보는
나는 누구의 악몽일까
생겨먹기를 몸의 대부분이 생식기라, 오로지 번식을 위해
번식의 도구를 자처한
나의 사랑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뻐꾸기란 놈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깨어난 놈이 눈도 뜨기 전에 맨 처음 하는 일이 살생이라는데
그토록 찬란했던 너라는 문명도 속수무책으로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지 산 사람의 심장을 꺼내고 목을 잘라 해와 달의 신전에 바치고 기원했건만, 나라는 질병 때문에
나를 열람하기만 해도
온몸이 가려워
미치고 폴짝 뛰다 물속에 뛰어들어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나는 누구의 표절이며
혹은, 위작일까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