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튼 입술로 무릎을 꺾으며 당신에게 용서를 비는 푸념, 참을 수 없이 가벼웠던 내 생을 몸 밖으로 밀어내며 상실을 노래하는 푸념
현재를 과거형의 발음으로 바꾸다가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며 생의 이목구비를 더듬는 푸념, 푸념들 아무리 옮겨 적어도 꾸지람을 듣는
무수한 푸념들이 모여 시간의 洯을 만드는 것 일생이라 불러도 좋을 언어의 보푸라기들이 생의 소매 끝에 뭉쳐져 있을 나는 그것을 시라고 불러, 사소함에 기대는 말들 나의 그 애물단지들 앞에 무릎 꿇고 절하다가 나는 지극히 사소하게 죽음을 맞겠지, 그렇겠지
우리가 만났을 땐, 하찮고 사소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으면 좋겠어
그 하찮은 것들의 위대함이 우릴 떨게 할 때쯤
별이 돋았는가 싶었는데 사라지기 전에 그 꼬리를 잡고
자세를 바꿔가며 기울어져 보는 거야
영혼이나 죽음, 이런 거 말고 울음이나
경전, 그런 거는 닫힌 문밖에 세워둔 채
새벽빛이 옅어질수록 옷자락에 스며들어 접히는 바람소리에 기대
최초의 문자를 상상하며 수메르의 발음으로 표현해보는 거지
최선을 다해 밤을 새운 몸들에게 무엇이 채워지면 가장 아름다운지
그래서 찬란한 아침을 맞고
몸무게는 어떻게 변해 있는지 가늠해 보는 거지
1991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 『신비한 저녁이 오다』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사진 공동시집 『보고 싶다』
오페라 대본 『광염소나타』 『무녀도』 『유랑』 『배비장전』 『칸타타 독도환상곡』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대구문학상 수상
mugu1225@hanmail.net
단추
입추
다만,
사소한 연애
당신, 이라는 도시
모로 눕다
물의 책
정오의 聖所
무화과
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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