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벗어놓고 간 바지가
건조기 아래로 실밥 한 올 흘리고 있어요
살짝 잡아당기었을 뿐인데
눈에 띄지도 않고 숨어있던 질문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와요
씨줄과 날줄 중에서 무엇이 뒤틀려 있었을까요
무엇이 궁금해서 스르르 풀리려는지
거기엔 변하지 않을 입맞춤이 있다고 믿었어요
당신을 껴입은 알몸이 맥없이 바닥에 닿아요
보이지 않는 바늘이 나의 심장을 향해 한 발 움직여요
당신이 내 안에 촘촘히 박아놓고 간 바늘땀은
영원히 삭지 않는 실이었을까요
누비 바늘보다 더 정교한 감촉이 나를 바느질한 것일까요
바늘은 아픈데,
오늘도 당신을 수선해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2015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계절이 살고 있다』
leb630@hanmail.net
새를 반복하다 밤의 질문들 폐차장 근처 어떤 참선 다만 두루마리 휴지 내가 잠든 사이 당신을 꿰매다 섬 떠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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