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보았을 때 불편할 정도로 면모를 살피게 된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안달을 한다.
식물만이 분류법이 있는 건 아니다.
덩굴장미처럼 이름을 붙여주진 않는다. 모두의 것이 되니까.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뿐,
이름이란 어디에도 없는 것을 가리킨다고나 할까.
그런 이름들이 내겐 너무 많다.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그들과 쉴 새 없이 소곤댄다.
내가 가려는 그 곳, 내가 쓰고자하는 방식,
그래서 당나귀처럼 왜소하지만 힘이 세다.
나는 사랑을 비정상적으로 한다. 非감동, 非낭만, 모든 非를 포함한 사랑이 내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말하자면, 변태다. 끊임없는 변태다.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끊임없이 해체한다. 가능한 사랑이라는 실체와 가상까지 다다르고 싶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책을 펼치니 이 대목이 나왔다 “나는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상상력이 풍부한, 반골 자동 이륜차, 나는 탈속적인 지붕을 지니는 누대도 아니고, 뭍에 끌어올려진 채 썩어 가는 배도 아니다. 50년 가까이 산 지금도 여전히, 나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199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나는 독을 가졌네』 『나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인가』
『아마도』 『헤로인』 『내 이름을 그대가 읽을 날』『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가 있다.
2011년 애지문학상 수상
anock925@naver.com
당신은 커피 맛을 아는가 내가 사랑하는 부자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 손님은 왕이다 시인은 이슬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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