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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송령을 읽는 밤

소설 단편

이상운 2021-11-16

ISBN 979-11-920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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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향년 56세로 유명을 달리한 이상운 작가의 소중한 작품들을 스토리코스모스에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게재를 허락해 주신 유가족과 하늘연못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정이 지나 아무도 없는 커피하우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함께 하지 않겠어?"

나는 대답했습니다.

"아니, 싫어."

-프란츠 카프카

시인은 한때 알고 지냈던 어떤 선배를 생각했습니다. 좋은 여건의 가정에서 태어나 장교로 전방에서 근무한 사람이었습니다. 제대를 하고 유학을 떠나고 제 인연의 여자와 결혼을 하고 학자로 뜻을 펼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기대였고 또한 그럴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한데 부대 근방의 술집에 있던 어떤 여자가 그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런 일들이 종종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것은 여자 측에서 연출하는 의도적인 함정이었으며, 그럴 경우 대체로 남자들은 상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함정을 빠져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여자들이 바라는 바도 대개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여자가 아이를 낳게 내버려두더니 제대를 한 뒤 그 여자와 결혼을 했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먼 시골로 내려가서 살았습니다.

그 선배의 행복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으며, 그 여자의 행복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시인의 가슴에 남은 것은 그 선배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저 술집 작부를 아내로 받아들였다는 사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그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일까……? 시인은 알 수 없었습니다.

1959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장편소설 『픽션 클럽』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고, 2006년 장편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로 제1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고, 2015년 다큐 에세이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로 제5회 전숙희 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장편소설 『픽션클럽』 『그 기러기의 경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탱고』 『내 머릿속의 개들』 『신촌의 개들』, 청소년소설 『내 마음의 태풍』 『중학생 여러분』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소방관의 아들』, 미니픽션 『책도둑』, 『달마의 앞치마』 『제발 좀 조용히 해줘』 등을 출간했다.

2015년 11월 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향년 56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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