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완성은 사사건건이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도 포함되어 있다
한 번 발이 끼이면 그 숲이 놔주지 않듯
그러니까 童話에서는 늘 사사건건을 생략한다
행복한 공주로 서둘러 마무리짓는다
스치거나 벚꽃 같이 향기만 남기고 가버린
사랑들은 사사건건이 없다
더 황홀하거나 더 아득하여 손으로 더듬고 싶어지지
내가 문득 어딘가에 세워졌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어김없는 것들을 펼치면
이곳에 오래전부터 나는 없었다한다
없는 문장을 찾아 평생 헤맨 그가 있었다한다
사랑이 흔했을 때 사랑을 말하지 못했네, 만지지도 못했네. 혼동뿐, 황폐해졌을 때 비로소 사랑을 말하려 하네. 한 번도 어른이 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어른이 되리라고 믿은 적도 없었네. 아이처럼 즉흥적으로 아이처럼 들떠, 누군가를 졸라 아이스크림 사들고 집으로 달려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누군가를 의지하며 아이처럼 살아왔네.
몽매함을 벗어나 힘든 사랑을 배웠네. 믿어야 할 모든 것들이 늦게 와줘서, 더 자주 그 집 앞으로 가려하네. 이 부질없는 쓸쓸함을 그 집 창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을 보며 깨닫네. 걸핏하면 내 발걸음에 걸리는 창문을 가린 세상의 커튼들.
199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나는 독을 가졌네』 『나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인가』
『아마도』 『헤로인』 『내 이름을 그대가 읽을 날』『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가 있다.
2011년 애지문학상 수상
anock925@naver.com
그렇게 봄날은 갔다 더딘 밤의 노래 바이러스 입맞춤 식물성 사랑 아직도 그 집 앞에서 사랑이 서성인다 엉킴, 엉킴, 엉킴 올렌카식 사랑법 절반의 사랑 천천히 가라, 천천히 가라 푸른 갈대무늬의 옷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