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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반전의 매력 혹은 마력

책물고기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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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경 작가의 「방도면을 쓴 바나나」는 고려인 후손 올렉산드르라를 내세워 

현재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묘하게 중첩시켜 보여주는 소설이다.

벽화를 그리고 다니는 올렉산드라의 시그니처가 방독면을 쓴 바나나인데,

그것은 유전적으로 취약한 바나나를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빗댄 것이다.

잡지기자인 화자가 올렉산드라를 취재하는 형식이라 파격적인 사건을 내세우진 않지만

취재 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고려인,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올렉산드라의 벽화 작업이 묘한 인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말에 이르러 마술적 사실주의에 가까운 반전을 제공한다.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매력 혹은 마력을 발산하며 막을 내린다.

도재경 작가의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를 인상 깊게 읽었었는데

이번에 읽은 ​「방독면을 쓴 바나나」도 도재경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을 계보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재경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고 싶다.

웹북으로 소설을 읽는 일이 날이 갈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읽고 살기 힘든 시대인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읽지 않고 산다는 건 모래에다 머리를 처박고 숨을 쉬지 못하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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