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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적인 세상, 휴머니즘적인 리얼리티

솔트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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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세상의 토양은 어떤 빛깔일까?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 곳의 공기가 피부로 와 닿는다.

동남아 여행에서 공항에 나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훅- 피부에 와 닿는 것처럼.

R300 또한 그렇다.

황량한 사막, 건조한 모래, 붉은 토양,

회색편마암 지대, 일주일 내내 내리는 비,

암석과 모래 골짜기 등등.

흔히 아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작가가 R300이라는 세상을 설계할 때

토양의 색깔까지 갈아엎은 듯, 공기마저 낯설다.

갸우뚱해진다.

달표면인가? 사막인가? 근미래의 폐허도시인가?

궁금증을 안고 주인공 나우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오늘도 나우는 방호복을 입고 골짜기에서

표본을 채집하고 기초 자료를 측정한다.

포털에 메신저가 와서 나우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

다시 갸우뚱해진다.

나우는 어떤 존재인가?

메신저는 어떤 존재인가?

R300은 낯선 근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는 미주알고주알

이 곳이 어떤 세상인지,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작가가 툭- 던진 단서들에

독자는 R300이라는 세상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렇다면 나우의 R300은 어떤 세상일까.

나우와 메신저는 어떤 존재일까.

나름 간략한 구도로 정리해 보았다.

시간적 배경 : 근미래

공간적 배경 : R0부터 R100의 구획으로 나뉨,

R300은 격리지역

(감염과 분쟁으로 구분된 거주공간)

사회적 배경 : 포화에 이른 도시, 박테리아 출현,

감염병과 분쟁, 인구가 줄어듬.

상황적 배경 : R의 메인 시스템에 의해

R의 모든 구획들이 전체 관리됨.

등장인물 : 나우, KT27(메신저)

인물 갈등 구조 :

R300(격리)거주자 나우 vs R(지배)거주자KT27

자연임신태생 나우 vs 인공임신 태생 KT27

시스템에서 멀어진 나우 vs 시스템에 가까운 KT27

생활이 궁핍한 나우 vs 생활이 풍족한 KT27

대충 이 정도로 파악했지만.

R300의 세상은 굉장히 정교하게 설계되어진듯.

이번에 다시 읽으며 정교함에 또 한번 놀랐다.

그로 인해 그 곳에 사는 인물이 진짜 같다.

건축가들이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설계하듯

흙색깔부터 죄다 갈아엎어진 R300을 보며...

그 곳에서 나우는 영원히 살아갈 듯 하다.

이쯤되면 이 소설에 대한

설계도면이 따로 그려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디스토피아적인 세상,

휴머니즘적인 리얼리티.

 

오늘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의 토양은 어떤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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