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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라는 도시에 푹 빠져들다

유안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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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내리는 휴일, 주말을 지나고 또 다른 한 주를 맞이하며 강문숙 시인의 시집을 꺼내 읽었다.

<당신, 이라는 도시>

제목이 주는 어감이 매력으로 와 닿았다. '쉼표'가 주는 '당신'의 어감 때문일까. 자꾸 제목을 되뇌이게 되었다.

당신, 이라는 도시 / 당신이라는 도시 / 당신이라는, 도시

사소한 것일수도 있을 테지만, 쉼표 하나로 '당신'이란 존재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집을 펼쳤다.

<당신, 이라는 도시> 시집은 '단추'라는 시로 시작된다.

작아서 온몸인 것들의

저 치열함이

세상 모든 문들을 열고 닫는다 (-단추)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총 열편의 시는 '단추'를 시작으로 어떤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단추 하나로 채워져 나가는 '나'와 '당신'의 관계, 그 관계성의 연결고리. 시인은 무심한 듯 나라는 존재와 타자의 존재를 그렇게 보여준다.

한편 한편 무심히 읽혀지는 가운데, 네 번째 시 “사소한 연애"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가 만났을 땐, 하찮고 사소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으면 좋겠어

그 하찮은 것들의 위대함이 우릴 떨게 할 때쯤

별이 돋았는가 싶었는데 사라지기 전에 그 꼬리를 잡고

자세를 바꿔가며 기울어져 보는 거야

영혼이나 죽음, 이런 거 말고 울음이나

경전, 그런 거는 닫힌 문밖에 세워둔 채

새벽빛이 옅어질수록 옷자락에 스며들어 접히는 바람소리에 기대

최초의 문자를 상상하며 수메르의 발음으로 표현해 보는 거지

최선을 다해 밤을 새운 몸들에게 무엇이 채워지면 가장 아름다운지

그래서 찬란한 아침을 맞고

몸무게는 어떻게 변해 있는지 가늠해 보는 거지

사소함이 어떻게 사소함 너머의 세계를 구축하는지 알게 될 때까지

...... (-사소한 연애, 이하 중략)

몸무게라는 말에 갑자기 뜨끔해지면서......

 

한창 가을이 무르익은 듯한, 어쩐지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한 계절에… 서로 다른 관계의 존재성에 대해, 사소한 것들이 주는 의미에 대해 푹 빠져들게 해 주는 시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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