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주영하 작가님의 <굴과 모래>를 매우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굴과 모래>는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가진 세계였음에도 손으로 만져지는 듯한 설득력을 갖춘 작품이었다.
디테일할수록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말이 있듯이,
주인공 부부의 구체적 삶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타조에 대해 말해봐> 역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와 대비되는 품위와 존엄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큰 감정의 동요가 일기도 했다.
<타조에 대해 말해봐>를 읽으며
오늘 나의 안일한 현실에서 벗어나, 지구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타조들에게 바친 시간들은 길고 고됐지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 타조들을 데려와 돌보기 시작한 건 그저 명령 때문이긴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일들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심이 되었다.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타조들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엄청난 양의 분뇨들을 그러모아
근처에 파놓은 커다란 구덩이 안에 던져 넣었다. 무시로 부서지는 울타리들을 수리했고,
우기의 쏟아지는 비로 질퍽해진 땅 위에 새 흙을 덮어주었다.
아픈 타조들을 위해 멀리까지 나가 손바닥만 한 땅거북을 잡아와서 먹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알들이 깨어나기도 했다.
새끼들은 우리가 어설프게 만든 작은 우리에 따로 넣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어엿한 성체가 되었다." - <주영하, 타조에 대해 말해봐> 중에서
벌써부터 주영하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제는 믿고 보는 이름이 되었다.
부디 지치지 말고,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길..!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