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읽으면서 독특한 심리적 경험을 하게 된 작품이었다. 내용은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이 곧 귀국을 앞두고, 침대를 중고 거래하면서 생긴 일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심사평에도 나오듯이 이 소설에는 복합적인 메시지가 내포된 듯하다. 침대라는 사물 하나로부터 추출되어지는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내 경우에는, 이 작품을 읽으며 내내 침대로 상징되는 ‘어떤 무대’가 연상되었다.
일반적으로 침대는 사물 하나를 지칭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침대의 의미가 보다 폭넓게 느껴졌다. 재인의 삶의 시공간이 압축되어진, 그로 인해 그 삶이 누군가와의 삶과 연결되어지는 '공통의 분모' 혹은 '공유'가 가능해지는, 일종의 '무대'처럼 와 닿았다.
- 여기에서는 모든 것의 적정 거리가 유지되었다. 그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거나 염려하거나 개입할 수 없었다. 고독은 정당한 대가처럼 따랐다. 재인은 이제 그것에 질렸다. 선을 넘어가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본문 인용)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에 갈등이라는 요소를 빼 놓을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나 매너가, 때론 위장된 이기적인 자아의 또 다른 표현은 아닐까. 어쩌면 갈등이라는 요소는,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보이지 않는 장치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침대’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재인의 삶에는 갈등과 화해, 고통과 안식의 요소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사랑했던 자신의 딸, 심지어 가장 낯선 이들과도 침대를 통해 삶의 공통분모를 갖게 되며, 서로의 삶이 공유되어진다. 그럼으로써 재인의 삶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그 이야기는 끝까지 갈등투성이일 것이며, 결말 또한 늘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단편적 초점이 분명한 소설이지만, 내적 배선은 각 인물마다 할당되어진 듯 다양한 심리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침대 중고 거래 사건 하나를 두고 갈등이 잘 그려져 있으며, 심리적인 완급 조절이 긴장감 있게 와 닿았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감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 다시 돌아간대도 또 아이를 낳을 생각이에요? (본문 인용)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