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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

유안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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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할 법한 이야기다. 두 남녀에 관한 흔한 연애담이랄까. 하지만 이 소설이 던지는 화두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듯 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어떤 서늘함'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작가 스스로가 밝혔듯이 작중 의도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집 근처에 북한산이 있어 산에서 내려오는 떠돌이 개를 자주 만난다. 개는 멀찍이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나는 개가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일지, 나를 물어뜯고 공격할지는 서로 충분히 가까워지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음의 서늘함이 나를 오래도록 사로잡았고, 그 이야기를 쓰도록 했다. (-작가의 말)

내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서로 충분히 가까워지고 보니 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소설은 일상적인 사랑 뿐 아니라, 그에 내재된 폭력성에 관해서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그것은 직접적이며 드러난 폭력이라기보다, 오히려 간접적이며 드러나지 않는 폭력에 가깝다.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이루어지는 사소한 행동과 말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때론 상대방에게 어떻게 폭력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다희의 시점이며, 대상이 되는 우주가 다희에게 어떤 존재로 변모해가는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희 또한 폭력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희가 우주를 대하는 방식이 일면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가 상대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어쩌면 그런 바람만이 다희와 우주에겐 유일한 희망이 될지도...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몰티즈의 작은 울음 뿐.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몰티즈의 작은 울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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