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지닌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겪음으로써 삶의 방향을 수정하는 이야기는 특정 작품을 대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등으로 많이 읽혀왔고 보여져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의 이야기의 골격은 그런 면에서 새로움은 없었다. 그러나 화자를 통해 거리감을 확보하면서 삶의 무게에 도달하는 궤적이 섬세하고 기발하다고 느껴졌다.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는 거칠게 요약하면, 삶의 무게가 무거운 나와 안젤라의 이야기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는 나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몸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처지로, 어깨에 짊어져 있는 짐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간다.
안젤라는 대학교 사진 동아리 동문으로, 십 년 만의 재회에서 미혼모가 되었으며 아기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된다.
안젤라는 나와 가까워지면서 나의 동생 병우의 수발을 돕는데 그로 인해 둘은 미묘한 관계로 발전한다. 병우는 자신의 석화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동영상으로 남길 뿐 아니라 여러 곳에 보내 상금을 받을 정도로 도전적인 인물이다.
안젤라는 병우와의 만남 이후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 순 없다며 병원 수속도 밟지 않은 채 홀연히 떠난다. 그녀는 가볍게 살겠다고 말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익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볍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거움을 덜어내는 것일까? 무게를 자각하는 것일까? 어느정도는 조금씩 다 들어맞는다. 오늘 해야할 일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덜어내거나, 남의 뒷정리나 하면서 보내고 있는 삶의 무게를 자각하거나. 다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삶에서 무게는 무엇인가. 그게 무게가 있는 것이던가?
빛은 물질이 아닌 요동이기에 멀리갈 수 있다. 함부르크를 통해 오는 아침과 안젤라가 가볍게 살겠다고 했던 선언에 중첩된 의미에는,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통과하며 각자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짐의 무게에서 분리된 삶의 무게를 되찾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새로워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병우의 귀를 만지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표현하는 작가의 방식에 감탄하게 된다.
2022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을 스토리코스모스에서 열람할 수 있게 되어 너무 편안하게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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