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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떠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관해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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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보자 마자 또 혼자 숨 죽이고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허를 찌를 수 있을까?

아무도 하지 못한 말,

아무도 하고 싶지 않지만 궁금했을 그 말.

 

작가의 다른 글에서 처럼 인간의 욕망을 그저 담담하게

진실하게 직시하며 따라가다 보면 정말 무언가 있다.

 

나도 작년 여름 가장 친한 언니를 코로나로 잃었다.

그 때 이 글을 봤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 죽음 앞에 여러가지 이유로 분노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봤다면 분명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사실 그런 큰 슬픔 앞에서 너무 진지한 위로는 위로가 아니라 고역일 때가 있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고안해 낸 슬프지 않은 저장장치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된다.

대체 작가는 이런 장치를 얼마나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갖고 있을까?

 

코로나를 통해 맛본 무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 시스템.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던 그 현실을 작품을 통해 다시 보며

이렇게 사실적이면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작가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떻게 변했을까?

어떤 이는 더 돈 버는 일에 매진을 하고,

어떤 이는 더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일에 전념하고

어떤 이는 여기 저기 기웃 거리다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어떤 이는 더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것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달라진 것은 단지 통제된 사회와 개인의 모습을 보여 주는

외형이 아니었을까?

 

전자 팔찌를 채우는 발상. 

개인의 삶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글이었다.

지난 코로나 기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글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그때는 무엇을 할까?

 

혼자 중얼거리다 자정이 훨씬 넘어 잤다.

꿈 속에서 대답했다

"나도 글을 쓸래"

 

코로나 동안에도 나는 먹었고, 잤고, 돌아다니고 할 것은 다 했다.

어쩌면 더 활발히 사람들이 없는 틈을 비집고 다 했는데...남긴게 없다.

이젠 생산적인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겁하지 않게 살고 싶다,

고요한 작가의 글은 그런 것 같다.

그냥 작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그런 사람이 비겁해 지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 

 

나도 그녀를 내 마음에서 온전히 떠나 보내기 위해 슬프지 않은 저장장치​를

고안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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