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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러시안 블루...

관해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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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앞에 또 멈칫 했다

안락사라는 단어가 조금 망설여졌지만,

작가의 전작들을 읽었기에 손이 먼저 나간다.

 

<고양이 안락사>

일주일을 못 넘긴다는 의사의 말에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누나와 시골로 온 주인공.

그리고 마치 일부러 그렇기라도 한 듯 오해 받을 만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

눈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눈치가 아주 정확한 친척.

불길한 예감을 잘도 예견하는 고양이...

한결 같은 어머니의 사랑이...

그럼에도 눈앞에 그려질 것 같은 시골의 고즈넉 하고 평온한 풍경이...

역시나...

 

 

나는 이렇게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고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나도 친 자매나 다름없는 사람을 코로나로 잃으며 잃은 아픔 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에 분노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읽을 때는 그런 슬픔을 위로 받고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면

 

<고양이 안락사>는 나를 정직하게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바로 쓰기가 힘들었다.

나 또한 부모님의 죽음 앞에 한 마디도 못하고 보내 드려야 했던 시간이 떠오르며

작가의 글은 잔인하지만, 정직하게 내 마음을 관통했다.

그래도 깔끔한 문장이라...덜 아프다.

적확한 표현으로 빠르고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이번에도 차마 내 입으로 말 못할 그런 나의 치부가 

주인공을 통해 드러난 것 같다.

 

또한 무조건적인 자기 희생인 양 말하기 보다는

이런 감정에 닿아 봤는지

그런 절박함까지 자신을 몰아가 보고

믿음으로 환하게 웃은 건지...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해 져야 

믿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여기게 된다.

 

누가 내게 조언을 했었다.

끝까지 가 봐~

정말 그 끝까지 생각해 봐~

 

겁쟁이인 나에게 그 사람이 한 말을 

<고양이 안락사>가 한 글자 한 글자 가르쳐 준다.

 

적어도 그 절망의 끝에서 안락함을 얻은 자

과연 누구일까.

 

​팽팽한 긴장감을 공간의 섬세한 묘사와 컬러감의 대비로 

글 읽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게 하는 작가의 필력은

늘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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