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세상을 여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어떤 여행보다 낯설고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러한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내 고정관념으로 구축된 제한된 세상을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박상우 작가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스토리코스모스를 통해서였다. 처음엔, 어떤 경로를 예상치 못했으나 스토리코스모스에 수록된 총 26편의 작품 중에 18편을 읽고 나니 나름의 감상 경로가 생겼다. 나머지 8편까지 다 읽어 보려한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부터 시작된 경로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 <청춘의 동쪽>,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독서형무소> 등으로 이어지는데, 최근 읽은 작품은 <사랑에 관한 몇 개의 시선>과 <존재의 사막>이다.
최근 연달아 읽게 된, <사랑에 관한 몇 개의 시선>과 <존재의 사막>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감상을 적고자 한다.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작가님께 양해를 바랍니다.)
<사랑에 관한 몇 개의 시선>에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사뭇 낯설고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무엇보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영상미는 압권이었다. 독특한 소설적 구성 때문인지, 소설에 입체감이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몰입감도 좋았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
이후 <존재의 사막>을 읽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이미지 소설'이라고 한다. 앞서 <사랑에 관한 시선>이 '영상 이미지'가 강한 소설이라면 <존재의 사막>은 '시적 이미지'가 강한 소설이다. 소설은 '파울 첼란'의 <후광>이라는 시의 인용으로 시작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린 사막, 모래알 같은 존재들, 그럼에도 그들은 사막에 존재한다. 그처럼 파편화된 존재들이 모여 사막을 이룬다. '고독이 뿌리내린 사막(-본문 인용)'에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까. 기존의 '소설'에 관한 고정관념으로 '소설 읽기'를 시도하려다, 내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작품.
그간 소설을 통해 인간과 인생의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었다면, 최근 읽은 두 작품을 통해서는 그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되었다. 시각적 영상과 이미지가 대세인 시대, 활자 예술인 소설이 구축할 수 있는 시각적 세계관은 어디까지일까. 검은 모래 폭풍이 부는 사막을 걷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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