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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절제하고 또 절제한 사랑

상수리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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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는데

시가 너무 좋아서 뭔가 뒤틀릴 때마다

휴대폰 열고 정답 커닝하듯 

짜릿한 구절들 되풀이 읽는다.

 

*

 

공중에 반짝이는 이 아름다운 부유물,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안과의사가 웃었다

비문증이라고 했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는 감옥

참 좋았다. 

 

-<비문증> 중 

 

섬, 하고 

소리 내어 보라

 

누군가 떠오르면

더 사랑했다는 뜻이다

너도 섬인 것이다.

 

-<섬> 중

 

나는 등뼈가 가지런한

화석이 되고 싶다

 

당신 곁에 눕던 이생의

등뼈

 

짧아서 환했던 흔적이다.

 

-<환생> 중

 

사랑하다 죽고 싶었다,

공룡이 해변에

발자국을 남길 때부터.

 

-<고성에서> 중

 

여영현 시인의 시는 모두 사랑이다.

군더더기 없고 비관하지 않아서 좋다. 

아파도 절제하고 또 절제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런 시, 정말 오랜만에 만난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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