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는데
시가 너무 좋아서 뭔가 뒤틀릴 때마다
휴대폰 열고 정답 커닝하듯
짜릿한 구절들 되풀이 읽는다.
*
공중에 반짝이는 이 아름다운 부유물,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안과의사가 웃었다
비문증이라고 했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는 감옥
참 좋았다.
-<비문증> 중
섬, 하고
소리 내어 보라
누군가 떠오르면
더 사랑했다는 뜻이다
너도 섬인 것이다.
-<섬> 중
나는 등뼈가 가지런한
화석이 되고 싶다
당신 곁에 눕던 이생의
등뼈
짧아서 환했던 흔적이다.
-<환생> 중
사랑하다 죽고 싶었다,
공룡이 해변에
발자국을 남길 때부터.
-<고성에서> 중
여영현 시인의 시는 모두 사랑이다.
군더더기 없고 비관하지 않아서 좋다.
아파도 절제하고 또 절제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런 시, 정말 오랜만에 만난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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