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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아.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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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산업은 어느 정도의 착취가 내재되어 있다사람을동물을하다못해 지구의 미래라도 착취한다최저가로 산 물건은 누군가의 임금이 깎여 나간 대가신속배달된 음식은 정지 신호를 어기며 빗길을 목숨 걸고 달려온 결과치킨이 맛있을수록 어린 닭은 밀집도 높은 닭장 속에서 짧은 삶을 마감하고내가 시원하고 깨끗할수록 지구는 더워지고 더러워진다

 

 그래서채식을 하고거기까지 못 가더라도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탄소 저감 인증 제품을 찾거나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붙은 상품을 선택한다값을 치르고 소비라는 걸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니까대부분 감자라도 심어먹으며 자급자족할 땅뙈기는 한 뼘도 없으니까. 그나마 누군가 덜 고통 받는 선택을 하면 세상이 나아지리라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짓는 죄는 덜어지리라 기대하면서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궁금해졌다친환경 AV, 성착취 없는 성인물이라는 게 존재할까현재형이 아니라면 미래형이라도 가능할까포르노 폐지론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성인물 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그런 입장의 사람들이라도 이 소설까지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덜트 비디오를 찍으며 조금씩 갈려 나간다그 장면들이 자극적이거나 유혈낭자하진 않지만(정액은 낭자하다), 피사체로 렌즈와 화면에 옮겨지면서 대상화되고 소모되는 사람들이 조용히 어딘가 망가져 가는 것을 구구절절 읊어대지 않아도 충분히 인지하고 감각할 수 있다

 

 일본인 이름과 어덜트 비디오가 들어가는 제목 덕에 갖기 쉬운 선입견과 다르게 매우 담담하고 잔잔하게 쓰인 소설이었다담담하고 잔잔하다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인물들의 삶이 향하는 궤적은 잔인한 형태이지만담백한 서술로도 그런 상태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감정 없이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하고 신경쓰는 상대만으로도 ‘어딘가 엄청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며 버텨내는 유우코도코가 사라진 채 사라지는 유우코도 이 소설 안에만 남았으면 싶은 바람은바람일 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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