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다 읽고난 뒤, 주변을 둘러본다.
어딘가에 반드시 꽃다발에 있을 것 같은 기분.
꽃을 다루는 전문적 리얼리티가 압권이다.
소설을 읽었는데 꽃다발의 양감과 질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꽃이라는 대상이 존재론적 차원으로 승화된 결말은 더욱 압권이다.
소설을 읽고 멍때리다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바로 그것이다, 하는 느낌!
소설이 스스로 승화하는 마지막 장면을 시가 해설하는 느낌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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