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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얼그레이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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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고난 뒤, 주변을 둘러본다.

어딘가에 반드시 꽃다발에 있을 것 같은 기분.

꽃을 다루는 전문적 리얼리티가 압권이다.

소설을 읽었는데 꽃다발의 양감과 질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꽃이라는 대상이 존재론적 차원으로 승화된 결말은 더욱 압권이다.

소설을 읽고 멍때리다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바로 그것이다, 하는 느낌!

소설이 스스로 승화하는 마지막 장면을 시가 해설하는 느낌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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